지휘계의 작은 거인이자 독불장군인 다니엘 바렌보임(사진)이 일으킨 문제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인 바렌보임은 지난 7월7일 이스라엘에서 연주회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의 한 대목을 연주했다. 반유대주의자인 바그너의 작품들은 지난 50년 간 이스라엘에서 연주를 금지한 음악이었다. 히틀러 역시 바그너의 음악에 광적으로 심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바렌보임의 돌출적 행동은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 국회는 바렌보임이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지 않는 한, 그의 이스라엘 연주를 불허할 것을 제의했다. 바렌보임은 “연주에 문제가 있었다면 모를까, 바그너 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유로는 절대 사과할 수 없다. 이스라엘인도 바그너의 음악을 들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7월26일 이스라엘 국회 교육위원회가 바렌보임을 기피인물로 규정한다고 발표하자 역시 유대인인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세계적 지휘자 바렌보임을 규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성명으로 맞대응하는 등 바렌보임과 이스라엘 정부의 대결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소동 속에서도 바렌보임은 7월31일 시카고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조직,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등을 연주해 새로운 파문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