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과 인간이 사는 나라 아하! 인도
199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한 인도 열풍은 오히려 인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방해했다. 여행기 대부분이 현지에서 인도인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체험한 기록이 아니라 서양인(또는 일본인)의 눈에 비친 인도를 다시 우리 말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도 전문가 이옥순씨(인도 델리대 박사, 인도 근대사 전공)가 더 이상 인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 ‘인도여자에 마침표는 없다’ ‘베란다가 있는 풍경’ 등 인도의 역사와 사회를 소개하는 많은 책들을 썼다.
이제 이씨는 애써 인도를 설명하기보다 인도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충실하고자 한다. 그 결과가 역사우화집 ‘하늘의 별은 몇 개일까’(현대문학북스 펴냄)이다. ‘하늘의 별…’은 무굴제국의 세 번째 왕으로 인도를 50년 간 통치한 위대한 황제 악바르(1542~1605)와 현명한 신하 비르발의 이야기다.
역사를 어린이용 동화로 다시 구성한 것이어서 쉽게 읽히지만 에피소드마다 담긴 지혜가 만만치 않다. 책 제목이 된 ‘하늘의 별은 몇 개일까’라는 에피소드는 장난을 좋아한 악바르 황제가 비르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짓궂은 황제에게 비르발은 재치있게 응수했다. “폐하께서 바다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시면 하늘에 있는 별이 몇 개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황제가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달은 것은 물론이다. 인도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인도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의 삶과 지혜를 만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어린이용 책이 너무 싱겁다면 같은 저자의 인도 우화집 ‘인생은 어떻게 역전되는가’(푸른숲 펴냄)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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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 주간동아 297호 2001.8.16일자·김현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