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먼 금강산관광사업에 또 하나의 암초가 등장했다.
금강산사업의 북측 주체인 아태평화위원회가 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방해’ 때문이라며 새로운 변수를 추가했기 때문. 이는 남측에는 금강산사업 추진 약속을 위반한데 대한 별도의 명분을 찾으면서, 이 사업을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연계시켜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측에 대한 ‘명분찾기용’이라는 분석은 북측과 현대와의 ‘6·8 합의서’에 근거한 것.
아태평화위는 6월8일 현대와 체결한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합의서에서 ‘7월중 금강산육로관광 개설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하고, 2개월 이내에 관광특구 지정 관련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측은 그 대가로 7월초 미납된 관광 대가 2200만달러(약 290억원)를 북측에 송금했다.
북측이 실속은 챙기면서도 남북 당국간 회담과 관광특구 지정 등 부담스러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자 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국 책임론’을 끄집어 냈다는 지적이다.
다만 북측이 남측과의 약속 시한에 맞춰 ‘해명성’ 성명을 내놓은 것은 남측과의 합의 사항에 큰 부담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 정부 시각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남북 소강상태는 미국이 ‘남북간 민간사업’마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대미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 금강산 관광대가가 군사용으로 전용되고 있다고 의심하는 미국이 금강산 사업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기 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북-미관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금강산사업도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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