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고교의 남녀 학생 2쌍은 숲 속 벙커에서 3일간 은밀한 파티를 열기로 한다. 그러나 이들은 문이 잠긴 벙커에 갇혀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다. 18일 뒤 4명 중 피투성이가 된 여학생 한 명만이 유일하게 벙커 밖으로 살아 나온다.
18일 동안 그 벙커 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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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 ‘더 홀’(The Hole)은 미스터리 성격이 강한 공포물이다. 잔혹하게 죽는 장면을 보여주는 ‘공포’보다는 벙커 속의 유일한 생존자인 리즈(도라 버치)를 중심으로 벙커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쪽에 초점을 맞췄다.
리즈는 상담을 맡은 여의사(에배쓰 다비츠)에게 벙커에서의 일을 진술하고 이에 따라 이들이 벙커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밖에서 문을 잠근 마틴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러나 여의사는 순진한 듯한 리즈가 진실을 숨기고 있음을 눈치챈다.
마틴과 리즈의 진술도 엇갈린다. 리즈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학생 마이크의 마음을 사흘 동안 사로잡아 보겠다는 생각에 단짝인 프랭키, 제프와 함께 벙커에 들어갔는데 자신을 좋아하는 마틴이 질투심에 이들을 가둬놓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틴은 리즈는 술, 담배에 절어사는 ‘날라리’ 여학생이었으며 자신에게 범행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상반된 얘기를 한다. 리즈와 함께 다시 문제의 벙커를 찾은 여의사는 마침내 18일간의 진실을 알게 되지만….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아메리칸 뷰티’에서 당돌한 딸로 출연했던 도라 버치가 순진한 소녀와 도발적인 악녀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인상깊은 연기로 소화해냈다. 18세 이상 관람 가. 17일 개봉.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