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방문중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8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언급하자 그 배경에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민주당과는 (김대중) 대통령 재임 기간에만 공조키로 했으므로 이후에 한나라당이 좋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 공조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신뢰할 만한 변화가 없는데 우리는 환상을 갖고 대하고 있다” “그간 진행돼온 구조조정이나 개혁이 토양화되도록 하면서 미흡한 부분은 다음 대통령이 이어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내 임기중 모든 것을 마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등 김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자민련 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은 9일 “대선이나 차기정권과 관련해 자민련은 민주당에 아무 채무도 없는 만큼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자유선택사항”이라며 김 명예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또 “연륜있는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김 명예총재의 발언에 대해 “김 총재가 5일 출국 직전 ‘정상적으로 교육받고 탁월한 지혜와 수많은 경험을 고루 갖춘 이가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나라당도 “그 말만으로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이라는 신중한 태도 속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나 민주당과 청와대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김 명예총재의 함의(含意)적인 발언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언론사 세무조사 등 현안에 대한 김 명예총재의 간접적인 불만표출이라는 풀이와 함께 국회법 협상을 앞두고 민주당에는 ‘압력’을, 한나라당에는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이중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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