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콜금리를 한달 만에 또 내린 것은 급랭하는 경기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경기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빠져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2개월 연속 금리인하 결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더라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리인하가 투자·수출·소비 증대로 이어지지 않아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부동산값이 올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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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예상보다 급랭〓1일부터 5일까지의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36.7%나 급감했다. 3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 6월중 산업생산도 -2.7%를 기록, 2년8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올 1월부터 계속 뒷걸음질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월말 3.8%로 낮춰 전망한 것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철환(全哲煥) 한은 총재도 “미국 등 세계경제가 4·4분기부터 회복되지 않을 경우 3.8%를 밑도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효과는 미지수〓7월5일 콜금리를 내린 뒤 3년짜리 국고채 수익률은 연 6.03%에서 5.37%로, 3개월짜리 기업어음(CP)금리는 5.68%에서 5.24%로 낮아졌다. BBB-등급 회사채 발행도 늘어나는 등 부분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 총재는 이와 관련, “한국경제는 유동성장세에 빠져 있지 않다”며 “콜금리 인하로 경기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나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저금리로 인해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부동산시장으로 일부자금이 유입되고 노령층 등 이자생활자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등 부분적인 부작용이 있지만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한 총수요증대정책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이후에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597.25(7월4일)에서 549.67(8월9일)로 떨어졌다. 특히 금리를 인하한 9일에는 16.27포인트나 하락했다. 소비와 투자 및 수출도 뒷걸음질쳤다. 금리인하가 경기활성화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통상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려면 6∼9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결코 시간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병주(金秉柱) 서강대 교수는 “콜금리를 지금 당장 내리는 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추석 전후를 기해 한꺼번에 내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영 삼성생명금융연구소장도 “정부가 10조원을 투입하면서 금리도 내림으로써 경기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투자 수출 소비증가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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