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한 대 값에 맞먹는 ‘캐주얼 시계’가 선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유층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다.
화제의 시계는 97년 미국에서 첫 시판된 ‘테크노 마린’(사진). 짙은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 고무밴드와 보통 시계보다 2배 가량 큰 디스크(자판)를 사용해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캐주얼 또는 레저용 시계다. 그러나 디스크에 박힌 다이아몬드 양에 따라 가격은 260만원에서 32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시계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팔리다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이 시계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올 4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과 서초구 서초동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에서만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1.3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460만원짜리 ‘테크노 밀레니엄’. 이 모델은 가격을 모두 내고도 두 달 정도 기다려야 손에 쥘 수 있다. 테크노 마린측 관계자는 “다른 모델도 적어도 일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사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체측은 ‘구입 예약’을 하려면 구입대금의 전부를 요구할 정도다. 통상적인 구입 예약은 구입가의 15%선.
이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30대 초중반 상류층 주부와 여자 연예인들이 대부분. 인기 여자 탤런트 K씨(20)는 최근 몇 달간 이 시계를 8개나 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金貞希) 전임연구원은 “테크노 마린은 비슷한 가격대의 예물시계와 달리 캐주얼 소품이라는 점에서,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명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기 과시’가 훨씬 용이한 측면이 있다”며 “이것이 부유층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