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의 신화’가 무너졌다.
200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만m에서 5연패를 노리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28·에티오피아)가 케냐의 ‘신예’ 찰스 카마티(23)에게 밀려 3위로 처졌다.
9일 캐나다 에드먼턴의 커먼웰스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1만m결승. 93년부터 연속 챔피언에 오른 현 세계기록(26분22초75) 보유자 게브르셀라시에는 자신의 최고기록에 훨씬 못미치는 27분54초41을 기록, 27분53초25를 기록한 카마티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동료인 아세파 메즈게부(27분53초97)에게도 추격을 허용해 3위에 그쳤다.
이로써 게브르셀라시에는 여자 100m에서 자나 핀투세비치(우크라이나)에게 패한 ‘트랙퀸’ 매리언 존스(미국)와 함께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장대높이뛰기의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의 최다연속우승(6연패·83∼97년) 기록 도전도 접어야 했다.
96애틀랜타올림픽과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을 거푸 우승했던 게브르셀라시에는 올림픽 후 아킬레스건을 다쳐 올 시즌 한 번도 나서지 못하다가 1년 만에 펼친 레이스에서 9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개인 최고기록 26분51초49를 자랑하는 카마티는 마지막 바퀴 150m를 남겨놓고 폭발적인 스퍼트를 발휘, 선두를 달리던 게브르셀라시에를 제치고 1위로 골인하며 장거리의 새 강자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쿠바의 영웅’ 사비에르 소토마요르가 눈물을 삼켰다. 91, 93년 챔피언인 소토마요르는 이날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2m45)에 훨씬 못미치는 2m33을 기록해 4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2m36을 넘은 마르틴 부스(독일)가 차지했고 2m33을 기록한 야로슬라프 리바코프와 비야체슬라프 보로닌(이상 러시아)이 시기차에서 소토마요르에 앞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여자 400m 허들에서는 97년 챔피언 나자 비도안(모로코)이 올 시즌 최고인 53초34를 기록, 율리아 노소바(54초27·러시아)와 지난 대회 챔피언 다이미 페르니아(54초51·쿠바)를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또 남자 3000m 장애물에서는 케냐의 루벤 코스게이가 8분15초16을 기록, 알리 데진(8분16초21·모로코)과 버나드 바르마사이(8분16초59·케냐)를 제치고 우승했다.
한편 ‘한국 여자경보의 희망’ 김미정(21·울산시청)이 10일 경보20㎞에서 한국신기록(현 1시간35분22초) 수립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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