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5회 포수 채드 크루터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모자를 벗으며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찬호(28·LA다저스)의 별명은 ‘안방불패’. 바꿔 말하면 밖으로 나갈 때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얘기다.
박찬호의 ‘원정 징크스’는 10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부터 누네스에게 3루타를 허용하더니 정신없이 안타를 얻어맞았다. 무사 3루에서 내야땅볼로 한점을 내준 뒤 2사 후 자일스에게 던진 직구가 높게 컨트롤되는 바람에 1점짜리 홈런으로 연결됐다. 박찬호가 1회에 홈런을 얻어맞은 것은 올 시즌 25경기 만에 처음.
이날 더 안 좋았던 것은 다저스가 추격하는 점수를 낼 때마다 박찬호가 곧바로 실점했다는 점. 다저스가 1-2로 쫓아간 4회말 무사 1, 2루에서 윌슨에게 좌중월 3점홈런을 내줬고 다저스가 5회초 3점을 뽑은 뒤 박찬호는 5회말 연속으로 장타를 허용하며 2점을 뺏겨 패배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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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았으나 2홈런 포함, 7안타를 맞으며 무려 7실점해 지난달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동안 8안타 7실점한 뒤로 최악의 피칭.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다 허리통증의 여파 탓인지 직구는 150㎞에도 못 미쳤고 커브도 영 위력이 없었다.
시즌 성적 11승8패에 평균자책은 2.83에서 3.12로 껑충 뛴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집중력이 흐트러지진 않았는데 커브가 안 좋았다. 윌슨에게 홈런을 맞은 공도 커브였다. 운이 나쁜 날이었다”고 밝혔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도 박찬호 같은 베테랑이 대량실점으로 무너진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 특히 홈과 원정경기에서의 피칭이 지나치게 차이난다는 게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 그는 홈경기에서 8승2패 평균자책 1.72로 거의 무적에 가깝지만 원정에 나서면 ‘머리카락 잘린 삼손’처럼 힘을 잃어 3승6패 평균자책 4.83으로 아주 평범한 투수가 된다.
내셔널리그 특급 투수인 랜디 존슨은 홈에서 7승3패(2.45), 원정에서 8승2패(2.35)를 기록하고 있으며 커트 실링(이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홈(9승4패 3.16)보다 원정(7승1패 2.78)에서 더 잘 던진다. 박찬호가 초특급투수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 ‘원정 징크스’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