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심심한데 대통령이나 돼 볼까' 이철용 지음/304쪽 8800원/사랑과 사람▼
독설은 원래 상대를 가리지 않아야 제맛이다. 독설을 한 방향으로만 쏘면 그 재미가 반감된다.
‘꼬방동네 사람들’ ‘어둠의 자식들’ 등을 쓴 소설가이자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저자가 특유의 독설로 현직 정치인들의 행태를 써 내려간 이 책은 그 독설의 당부를 차치하더라도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맛이 있다.
군사 독재의 원흉이면서도 줄타기를 잘한 결과 이제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에게 빌붙어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 민주화 경력을 이용해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 언론 플레이로 오히려 언론을 비판하는 이율배반적 정치인, 추운 겨울엔 숨어 있다가 봄날이 되자 기지개를 펴고 울어대는 기회주의적 정치인, 지역감정만으로 대권을 찾고 좁쌀 만한 포용력도 없는 정치인 등등, 이 모든 정치인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저자의 결론은 ‘모두 대통령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당신들이 대통령이 돼선 안돼’이다.
그러나 독설은 통쾌하되 뒷맛이 씁쓸하다. 그래서 코미디와 같은 결론이 나온다. “나도 심심한데 대통령이나 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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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