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비즈니스'/한상기 외 공저/277쪽 9800원 현암사
‘앞으로는 정보기술(IT)이 아니라 생명기술(BT)이라더라’ ‘컴퓨터 황제인 빌 게이츠는 21세기 BT시대를 대비해서 생명공학 책을 탐독하고 있다더라.’
바다 건너에서 심심치 않게 바이오 테크놀로지(BT)에 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게놈’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직 딴 나라 이야기 같다.
늦게나마 BT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은 관련분야를 ‘짧고 굵게’ 정리할 수 있는 텍스트로 손색이 없다. 외신 뉴스로 단편적으로 들었던 게놈 관련 산업의 기초, 그 발전사와 현황, 그리고 막대한 사업성을 도표를 곁들여가며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 책은 분자유전학을 전공한 낙농학과 교수가 생명관련 사업동향에 촉수를 대고 있는 일본의 연구단체와 함께 만들었다.
내용 중에는 최근 과학 동향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솔깃할만한 이야깃거리가 적지 않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의 주역인 셀레나 제노믹스가 도입한 게놈 분석법이 기존의 게놈 분석법보다 열 배 이상 빠르지만 정밀도에 대해선 의문이란 지적, 올해 2월 게놈 염기서열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공개됐지만 이는 상업 용도가 아니라 학술용으로 제한된다는 것 등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BT가 IT를 만났을 때의 파급효과다. 앞으로 BT가 더욱 발전할 경우 현실화된 것으로는 DNA칩, 생물센서 같이 낯익은 것부터, 컴퓨터로 생물학적 데이터를 맞춤해 가공해주는 ‘바이오 인포메틱스’(생물정보학) 사업까지 다양하다.
더 이상 미세화시키는데 한계에 부딪힌 컴퓨터를 대체, 현재 가장 똑똑하다는 미국 국방부 슈퍼컴퓨터보다 100만 배 이상 영리한 ‘DNA컴퓨터’ 개발이 먼 일이 아니다.
이 책은 BT 발달이 양날의 칼과 같다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다. 게놈 정보는 개인의 사생활을 파괴하고, 취업이나 보험 등에서 불리한 ‘유전적 차별’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혹시 이런 근심조차 미국 같은 선진국에나 해당되는 ‘배부른 걱정’은 아닐까. 일본과 미국의 바이오 비즈니스의 현황을 비교한 마지막 장은 충분히 주목해 볼 만하다. 일본의 BT가 저만치서 독주하는 미국의 바이오산업을 따라잡으려고 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BT기술이 선진국의 40%에 불과하고 관련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우리가 세계 몇 번째로 복제 소를 만든 것으로 위안을 삼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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