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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고사위기의 출판계 비상구가 안보입니다"

입력 | 2001-08-10 18:33:00


최근 한 중견 출판사 대표의 e메일을 받았다. 최근 ‘책의 향기’가 자사의 책을 잘 소개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말로 서두를 꺼냈지만, 그는 곧이어 “최근 출판계의 사정에 대해 한 마디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가뭄에 갈라지는 땅과 같습니다. 거의 생존 차원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활로에 대해 누구 하나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만 원 짜리 책이 만 권 팔리면 1억 원은 버는 것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간단한 분석으로 설명했다.

“서점 공급가가 정가의 70%이고 한국 출판사의 수금률이 보통 60% 정도입니다. 1억 곱하기 0.7 곱하기 0.6 하면 계산상 출판사에 들어오는 돈은 4200만 원. 여기서 인세 10%를 빼면 3200만 원. 이 돈이 회수되기까지는 보통 출간 후 3∼6개월 정도 걸리지요. 출판사는 이 돈으로 직원들 급여도 주고 사무실 임대료도 내고 종이 값과 인쇄비, 제본비, 물류비, 영업비 등을 지출하게 되지요. 물론 ‘선 지출 후 수금’이므로 자본이 부족하면 빚을 내야 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경우는 그래도 서점의 진열대 전면에 꽂히는 ‘행복한’ 책의 경우에 속한다.

“출판업을 한 해라도 해 본 사람이면 만 권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서가에서 독자를 기다리느라 표지가 누렇게 변해야 겨우 500부, 1000부씩 팔리는 전문도서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는 “이런 판국에도 한 저자는 자신의 책이 1년에 500부정도 팔린다는 말에 혹시 판매부수를 줄여 말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서점 조사에 나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출판인으로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