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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벤처 미래 알려면 '기술력' 보라

입력 | 2001-08-10 18:48:00


97년 하반기부터 정부 주도로 벤처창업 열풍이 불고 이를 원동력으로 지난 4년 동안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해 증권거래소 시장 규모에 필적하고 있다.

기술 생성을 담당하는 연구기관,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기술을 수익으로 변모시키는 벤처기업, 벤처기업의 초기자금을 지원해줄 벤처캐피털, 벤처기업들의 주식이 매매되는 코스닥시장이 각기 나름대로의 규모를 형성해 외형상 벤처산업이 기반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안타깝게도 벤처산업의 각 주체가 자신들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 벤처캐피털은 벤처산업 기술동향에 대한 안목이 부족해 벤처기업의 재무상황만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정작 자금을 필요로 하는 유망 벤처기업은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성공했다는 벤처기업도 창업할 때 들고 나왔던 기술에만 의존하면서 기술혁신을 게을리하고 투자 유치를 위한 재테크와 이미지 관리에만 열중하고 있다. 기술성 평가가 결여된 코스닥시장 등록 심사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술력’에 대한 믿을 만한 평가와 정보가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력과 시장 전망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투자자는 기술력을 고려하여 투자하게 될 것이고 벤처기업은 속을 다 보여주면서 기술과 경영 혁신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벤처기업의 기술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에 대한 거시적 미시적 이해를 겸비하고 벤처기업 특유의 경영 현실을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코스닥시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코스닥위원회가 벤처기업을 제대로 심사하기 위해 4개 국책 전문연구기관을 코스닥 등록 심사를 위한 ‘전문평가기관’으로 선정해 기술력과 시장성 등 질적 심사 기준에 의해 전문가의 의견을 내도록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벤처기업에 인재와 기술을 지원해온 연구기관들이야말로 벤처산업 공통의 기준인 ‘기술력’에 대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전문연구기관의 평가 참여로 기술성과 미래성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통해 돈이 없는 벤처기업도 기술력에 승부를 걸어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과학적인 투자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벤처 사기꾼과 여기에 농락당하는 맹목적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지고 알찬 기술과 안정적인 자본이 만나 우리나라 벤처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정부출연연구소 등 기술생성기관이 원천기술과 함께 바람직한 벤처기업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침으로 삼아 벤처기업, 벤처투자자, 코스닥시장이 기술과 자본을 적절히 결합시킨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벤처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과시하면서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오 길 록(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