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많은 분들이 ‘교실 붕괴’니 ‘교육 황폐화’니 하는 절망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공교육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교육 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절한 해법을 찾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공교육 위기의 원인은 민주적 절차와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개혁 정책을 강행한 데 있다. 교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기(氣)를 꺾어 놓았기 때문에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 교사들에게서 사라졌음은 개탄할 일이다.
교원 정년 단축은 선진국 추세에 어긋나는 졸속정책이기도 했지만, 정년 단축이 꼭 필요하다고 해도 사전에 교원양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린 다음 4년 후부터 점진적으로 실시했어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었다. 촌지 수수나 학생체벌 등 교단 부조리를 정화하려는 개혁정책도 정부의 계획을 알리고, 자정운동을 통해 스스로 사명감을 다져나가도록 하는 자율성을 존중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협화음은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한 학교에 150% 상여금을 받는 교사와 한푼도 못 받는 교사가 공존한다면 어떻게 학생들 앞에서 떳떳이 교육할 수 있겠는가.
최근 예산을 늘려 학교를 더 짓고 교실을 증축하여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한다는 계획 아래 초등교원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초등교원 임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데 이는 교원 자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에도 부족한 초등교원을 보충하기 위해 6000여명의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에게 재교육을 거쳐 초등교사 자격증을 부여했지만 실패한 정책으로 판가름났다. 이렇게 보충된 교사들이 담임을 맡은 일부 학급에는 아이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아직도 갈등요소가 남아 있다. 교원 수급은 좀 늦어지더라도 정규 과정을 졸업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공교육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안대로 교육예산을 늘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하지만 교원들의 기를 살리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교원들의 기를 살리려면 교원정년의 환원, 교육적 체벌의 인정, 자율성 조장, 민주적 교육행정, 근무환경 개선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 교원의 자질을 높이려면 땜질식 교원 수급 계획을 철회하고, 현장의 연구교사를 가시적으로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하며, 수업실기능력 평가, 학습평가 방법의 발전적 적용 등에서 지혜를 발휘하는 교사가 인사 및 승진에서 혜택을 받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데 동의한다면, 그 처방도 장기적이고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종합한 일관된 정책이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허원기(전국시도교련회장 협의회장·인천교대부설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