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정현채교수
◇서울대병원 정현채교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현채 교수(46)는 연구, 진료, 의대생 교육의 세 축에서 모두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트라이앵글 교수’다.
정 교수는 위 점막에 붙어 사는 헬리코 박터 파이로리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 균이 위 점막에서 세포들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속속 규명해 내고 있다.
그는 80년대 중반 스승인 ‘간박사’ 김정룡 현 일산백병원 명예교수의 권유로 이 균의 정체를 파고 들기 시작했으며 김 교수가 창설한 간연구소의 운영위원을 맡아 진료 시간 이외에는 이 연구소에서 살다시피 한다. 정 교수는 김 교수와 제자들이 매주 금요일 술자리를 갖는 모임인 ‘금주회(金酒會)’의 멤버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환자를 친절히 진료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90년도 초반 위 수술의 대가 김진복교수(현 백중앙의료원장)와 함께 조기 위암의 내시경 및 복강경 치료를 시작했다.
정 교수는 외국 최신자료에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쉽고 재미있게 강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서울대병원 병원보에 그가 그림을 그리고 중학생 딸이 색칠한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국내 성인의 70∼80%가 헬리코 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돼 있다. 이 균이 있을 경우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약이 안 듣는 사람도 있고 내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궤양이 있는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또 일부 위암의 경우 수술에 앞서 항생제를 먹으면 치료되기도 한다.”
-위암은 아직 국내 1위인 암이다. 암 발생을 줄이려면?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5% 이상 완치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조기 발견율이 60% 이상이지만 국내에서는 30%를 밑돌고 있다. 수많은 위암 환자가 증세를 못느끼기 때문에 40세 이상이면 1, 2년에 한 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20, 30대도 속이 불편하거나 가족력이 있을 경우 등엔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
-위암은 도대체 왜 생기는가?
“환자의 10% 정도는 유전성이다. 헬리코 박터도 암 발생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사람은 또 탄 육류나 짠 음식을 많이 먹는데 이도 위암 발생과 관련있다. 폭음도 해롭지만 흡연은 더 해롭다. 위는 제2의 뇌라는 말이 있듯 스트레스는 위에 특히 해롭다. 평소 낙관적인 사람은 대부분 위가 튼튼하다.”
-유산균 음료를 먹는 것이 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나?
“현재 헬리코박터를 없애는 약이 완벽하지 않다. 지난해 임상 시험 결과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유산균음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위암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위암은 기본적으로 절제술로 고친다. 단 암의 크기가 작고 깊이 침투하지 않은 경우엔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다. 환자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는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매달리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현재 글리벡이란 항암제가 일부 위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장기 효과나 부작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은 수술이 우선이다.”
◇연세대 의대 노성훈교수
연세대 의대 일반외과 노성훈 교수(47)는 ‘칼잡이’이면서도 ‘칼잡이’가 아니다.
의료계에서는 외과의사를 속칭 ‘칼잡이’로 부르는데 노 교수는 1994년부터 수술 때 메스 대신 전기소작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의사들은 주로 메스로 암 부위를 절제하고 전기소작기를 출혈 부위를 지지는 지혈 목적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하지만 노교수는 자르고 지지는수술의전과정을전기소작기로하는 것.
1996년 말 노 교수가 그리스 아테네의 국제학회에서 이 수술법을 선보이자 각국의 의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이후 일본 가나자와대 요네무라교수, 국립암센터 마루야마박사, 도쿄대 세토박사 등 위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그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으러 방한했다. 특히 요네무라교수는 93년 노 교수가 일본에서 연수할 때는 스승이었지만 지금은 ‘제자’가 돼 사제 관계가 역전됐다.
새 수술법은 치료 효과가 뛰어나 노 교수에게 최근 2년 동안 수술받은 위암 환자 1000여 명 중 수술 뒤 한 달 안에 숨진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또 출혈이 적기 때문에 환자의 5∼10% 만이 수혈을 받는다.
노 교수는 맹목적으로 기존 수술법에 따르기보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가 늘 고심해 왔다.
위암 수술 때 재발을 막기위해 비장(지라)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노 교수는 면역 기능과 관련있는 비장을 잘라내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비장을 보존하면서 비장 주위의 림프절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위암 환자의 배를 열었다가 암세포가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됐으면 수술을 포기하는 의사가 대부분이었으나 노 교수는 최선을 다해 다른 부위의 암세포까지 도려낸 다음 뜨거운 생리식염수와 항암제를 수술 후 복강 내에 순환시키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말기 위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을 8.6개월에서 3년으로 늘렸다.
그의 ‘합리적 파격’은 연구실에 가보면 금세 느낄 수 있다. 그는 4평 남짓한 연구실을 일부러 전임의 2명과 함께 쓰고 있다. 노 교수는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노교수는 “의사는 환자의 생존율만 따지지 말고 환자의 고통과 불편 등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노 교수의 환자들은 병원에서 콧줄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 위암 수술 환자들은 수술 부위의 분비액과 가스 등이 빠져 나가도록 코로 넣어 수술 부위까지 연결되는 콧줄을 달아야 하는데 환자에겐 구역질 구토 호흡곤란 등 수술 부위의 통증 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 노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콧줄을 달지 않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콧줄을 넣을 때보다 수술 뒤 부작용은 적고 회복은 더 빠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이보다 앞선 96년부터 척추에 꼽은 튜브를 통해 환자가 마취제를 자동으로 넣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환자가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하고 있다.
노 교수는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겼을 경우 고름을 배출하려고 환자의 배에 꼽는 배액관도 쓰지 않는다. 이로써 환자들은 배액관이 꼽힌 허리가 짓물리는 불편과 배액관을 뺄 때의 통증 등에서 해방됐다. 이런 점들 때문에 노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들이 찾는 의사가 됐다. 그는 매년 500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노성훈 교수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현채 교수가 위질환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로 공동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에서 위염 위궤양 위암 등 위질환이 전공인 소화기내과와 일반외과 교수 66명에게 이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소화기내과에서 정 교수와 함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김재준 교수,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정훈용 교수, 아주대병원 함기백 교수가 선두권을 이뤘고 일반외과에선 서울대병원 양한광 교수가 노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병원 별로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신촌),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한양대병원 등의 순이었다.
◇위질환 분야 베스트 중견의사
내 과
외 과
이 름
소 속
이 름
소 속
정현채
서울대
노성훈
연세대 세브란스
김재준
성균관대 삼성서울
양한광
서울대
정훈용
울산대 서울중앙
권성준
한양대
함기백
아주대
목영재
고려대 구로
전훈재
고려대안암
김병식
울산대 서울중앙
장영운
경희대
한상욱
아주대
윤병철
한양대
노재형
성균관대 삼성서울
김학량
한림대 강동성심
유완식
경북대
이용찬
연세대 세브란스
김영진
전남대
유종선
전남대
이종인
원자력병원
박수헌
가톨릭대여의도성모
김 성
국립암센터
김주성
서울대
정경석
한림대 강남성심
최명규
가톨릭대 강남성모
박조현
가톨릭대 강남성모
이수택
전북대
노승무
충남대
홍원선
울산대 서울중앙
유창학
성균관대 강북삼성
김재광
가톨릭대여의도성모
오성태
울산대 서울중앙
최석채
원광대
최승호
연세대영동세브란스
설상영
인제대 부산백
전해명
가톨릭대여의도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