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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무색의 술, 컬러 음료 젊은층에 인기"술은 순수로 음료는 때깔로"

입력 | 2001-08-12 18:37:00


◇"개성있게 마시자"
신세대 새 바람

《웹 디자이너 김미선씨(26)는 일주일에 한 번 강남구 청담동 바(Bar) ‘바바(Barba)’를 찾는다. 김씨가 바에서 찾는 술은 앱솔루트 보드카. 특히 보드카에 오렌지주스를 넣은 ‘스크루드라이버’나 크램베리주스를 섞은 ‘케이프 코더’를 즐긴다.

“투명한 병 디자인도 맘에 들고 음료와 섞어 먹으면 술 냄새가 나지 않아 너무 좋아요.”

김씨가 보드카를 고집하는 이유다. 보드카 진 데킬라 럼 등 무색(無色)의 술이 뜨고 있다. 그동안 술 문화를 이끌어 온 것은 위스키 맥주 와인 브랜디 등 유색 계통의 술. 그러나 2∼3년 전 청담동 압구정동 등 강남 일대에 바가 생기면서부터 보드카 진 등 무색의 증류주가 20,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음료 시장엔 ‘검은색’ 콜라와 ‘무색’ 사이다란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옐로 콜라’ ‘초록사이다’ 등 컬러 바람이 불고 있다.》

보드카 등 색깔없는 술 인기

저렴하고 취향 따라 마셔〓90년대 말 퓨전레스토랑이 번성하면서 와인이 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등장한 술집 바에서는 도수가 약한 와인은 주류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양주는 싫증나고 값비싼 브랜디는 부담이 된다.

반면 보드카 진 등 증류주는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면서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마실 수 있어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폭넓게 퍼져나갔다. 또 미국 등에서 유학한 20, 30대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미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보드카 럼 데킬라 등의 주가가 한국에서도 동반 상승했다.

3년 전 청담동에서 문을 연 바바(02-518-9516)에는 손님이 보관한 술 180병 중 보드카가 30% 정도로 가장 많다. 1년 전만 해도 잭 다니엘 등 위스키가 보관술의 주종을 이뤘었다.

바텐더 박강옥씨(26)는 “링거병 모양의 앱솔루트 보드카나 초록색의 봄베이 진 등 외형상 깔끔하고 보기 좋은 병 모양이 신세대 감각에 맞고 어떤 음료와도 잘 어울려 자기 취향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특히 보드카는 파인주스 자몽주스는 물론 녹차에 섞어 먹어도 맛있어 가장 잘 팔리는 술”이라면서 “그러나 도수가 위스키와 같은 40도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취해 ‘레이디 킬러(Lady Killer)’로 불리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옐로콜라…초록사이다…"색깔 파괴"

제3세대 컬러 음료〓콜라 사이다 등 단색 중심의 제1세대 음료에 변화가 온 것은 프로 스포츠가 시작된 80년대. ‘게토레이’, ‘파워에이드’, ‘네버스탑’ 등 ‘제2세대 음료’로 불리는 스포츠 음료가 속속 소개됐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제3세대 컬러 음료’가 쏟아졌다. 특히 올해엔 ‘옐로 콜라’, ‘초록사이다’ 등 고정관념을 깬 음료가 등장했다.

웅진식품이 7월에 출시한 ‘초록사이다’는 무색 투명함이 상징인 사이다에 ‘초록’을 내세운 상품. 종합기획실 두진우 실장은 “사이다는 오랫동안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해 왔지만 사실 소비자의 마음 속에는 ‘사이다’하면 ‘초록병’의 초록색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다”고 분석했다. 두 실장은 초록사이다의 8월 매출액이 40억원에 이르고 올들어 6개월간 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시장 점유율 30%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출시된 ‘콤비 옐로 콜라’는 세계 최초의 ‘노란’콜라. 콜라 특유의 맛을 내는 캐러멜 성분으로 콜라는 검은색이란 고정관념을 깬 제품.

오주섭 마케팅이사는 “검은색의 머리를 개성에 따라 다채로운 컬러로 물들여 자신을 표현하는 젊은 세대의 감성을 공략한 제품”이라면서 “특히 남과 같은 것, 평범한 것을 싫어하고 새롭고 튀는 것을 좋아하는 10대에 적중해 ‘엽기 콜라’란 애칭을 얻으며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