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예정된 15일이 다가오면서 정부의 대응책 마련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15일이 아닌 다른 날짜나 개인 자격으로 참배하더라도 “반드시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응책의 강도를 결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 참배를 강행할 경우 일단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이나 당국자 논평을 통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할 방침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처럼 ‘주일대사 소환→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유감 표명→범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란 초강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내에서는 “신사참배 문제가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 때문에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교과서 문제와 다르다”며 “우리가 전 아시아의 ‘총대’를 메고 일본과 맞서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신사에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기 때문인데 그들 대부분이 중국 침략을 주도했던 장본인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중국의 대응을 지켜보며 보조를 맞춰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신사참배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일간 제반 현안 해결에 적지 않은 지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당국자들은 “꼬인 한일관계는 결국 정상회담에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신사참배가 강행될 경우 한일 정상회담의 순조로운 성사와 생산적인 논의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일 두 정상은 △9월 연례 한일정상회담 △유엔총회 △10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1월 ‘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에서 각각 만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예년 같으면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양국 외교부 실무자들이 활발히 협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아직 어떤 얘기도 오가지 않고 있다.
일본으로선 신사참배 문제를 앞두고 먼저 정상회담 얘기를 꺼내기가 ‘미안한’ 상황이고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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