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의 특성을 버려라.
군에서 나는 저녁에 도서관장을 하면서 닥치는대로 읽었다(무협지는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제대 후에는 그 당시 가장 컸던 종로서적센터와 도서관에서 책을 보았다. 성공에 대한 책들도 읽었지만 실전 노하우는 하나도 없고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라”는 뜬구름 잡기들이었다. 오히려 빈민들에 대한 책과 논문들이 현실감 있었다. 그렇게 해서 달동네에서 파는 요구르트는 이름도 못들어 본 회사의 것이지만 부자 동네에서 파는 유명 요구르트보다 더 비싸고 품질은 더 떨어진다는 것도 알았고 어떻게 행동하면 가난의 굴레에 빠져 들어가는지도 어렴풋이나마 배웠다.
박완서의 단편 ‘도둑맞은 가난’에서 여주인공의 가족은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 어머니의 허영심과 체면 때문에 급속히 가난하게 된다. 결국 모든 재산을 날리고 판자촌으로 이사온다. 그녀는 인형옷을 만드는 일이라도 하지만 가족들은 가난을 껴안지 못한 채 연탄가스로 자살하고 그녀 홀로 남는다. 어느날 그녀는 도금공장에 다니는 청년을 알게 되고 “같이 살면 하룻밤에 연탄 반장을 아낄 수 있지 않느냐”는 이유로 그와 동거한다. 그러나 그 청년은 부잣집 대학생 아들. 아버지가 빈민촌에 보내 가난을 경험시킨 것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이제는 부자들이 가난마저도 훔쳐간다”고 울부짖는다.
나도 소설 속의 그 부자 아버지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것을 권유한다. 내가 부자가 된 것은 부자들에 대한 정보도 없었던 시절에 부자들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따라 하지 않으려고 기를 썼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백만장자들의 특성만 배우려고 하는가. 가난한 자들에게도 공통적 특성이 있다. 내가 발견한 첫번째 특성은 바로 지난 회에 말한 “당신이 주는 돈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성은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조언을 그저 운이 좋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린다.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설명하면 “좀 더 이용하고 부려 먹으려는 수작”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세상을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쉽게 흥분하고 판단을 내린다. 자기가 가난한 것은 못배웠기 때문이거나 남들보다 약삭빠르지 못하기 때문이며 “있는 놈들이 돈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우주에는 총 3201억5983만7647개의 별이 있다고 내가 말하면 믿지만(내가 알게 뭐냐), 내가 경험적으로 알게 된 주의사항들을 말하면 믿지 않는다. 하긴 칠조심이라고 써붙여도 직접 손을 대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지 않은가.
당신이 미래에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난한 친구들을 찾아가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라. 그들의 말에 당신이 공감을 한다면 당신도 가난한 자들의 공통적 특성을 갖고 있음을 깨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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