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자키(Sports Jockey)를 아십니까.’
언제부턴가 국내엔 ‘자키’란 용어가 많이 쓰여지기 시작했다.원조격인 ‘디스크 자키(DJ)’에서 출발해 최근의 ‘비디오 자키’ ‘인터넷 자키’까지.
‘스포츠자키’란 말을 듣고 의아해 하다가 10일 프로야구 LG-기아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손정혜씨(25)를 만나고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스포츠 자키는 인터넷 동영상으로 스포츠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를 말해요. 공중파 TV 중계 아나운서와 차별되는 용어죠.”
손씨는 국내 최초로 프로야구 전경기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와우스포츠의 아나운서.운동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경기상황을 네티즌들에게 실시간 중계해주는 역할이다.공중파 중계방송과는 달리 해설자 없이 혼자 경기를 중계하다보니 애로사항도 많다.
옆에서 맞장구 처주는 사람도 없고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혼자 이야길 해야 한다.경기전 네티즌들과 채팅을 나누는 게 유일한 대화창구.혼자 중계를 이끌다보니 5회 종료후 ‘클리닝타임’을 제외하곤 화장실도 못가는 처지다.
손씨가 ‘스포츠자키’에 입문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고교때부터 큰 키(1m71)와 늘씬한 몸매 때문에 모델활동을 했던 손씨는 상명대 연극학과 1기출신으로 대학졸업후 비록 단역이긴 했지만 영화와 연극에도 출연했던 ‘반연예인’. 케이블TV의 패션쇼와 메이크업쇼 MC도 맡는 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와우스포츠 아나운서 시험에 응모했다가 합격했다.
그가 처음 스포츠자키로 데뷔한 것은 지난해 겨울 2000∼2001시즌 프로농구. 스포츠를 좋아하는 손씨는 프로농구를 중계하면서 신이 났고 네티즌팬도 늘어나 스포츠자키의 매력에 푹 빠졌다.손씨는 “농구중계할때는 50여명의 개인팬도 있었다”며 자랑을 한다.
야구중계는 농구보다 훨씬 어려워서 올시즌부터 야구를 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룰로 어렵고 상황설명도 애매할때가 많아 처음엔 중계에 굉장히 난감했어요.하지만 지금은 ‘아 이래서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구나’하고 공감이 가더라구요.”
유료회원만 5만명이 넘는 ㈜와우스포츠에 소속된 스포츠자키는 6명.이들은 전구장 커버를 위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중계를 한다.손씨는 “야구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기분으로 중계한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