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와 라‘모’는 닮은꼴?”
최근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김건모의 자작곡 ‘짱가’가 프랑스 작곡가 라모 (1683∼1764)의 건반악기용 작품 ‘탕부랭’과 흡사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라모의 작품과 특히 닮은 부분은 ‘지지배배 우는 저 새들도…’라는 가사에 해당되는 후렴구. 가사 19자(字)에 해당하는 4마디의 리듬형이 똑같을 뿐 아니라, ‘라-시-도-시-라-미-파’ 7개 음표는 리듬형과 계명(階名)까지 일치한다. ‘짱가’를 아는 사람에게 힌트 없이 ‘탕부랭’을 들려줄 경우 거의 모두가 두 음악의 유사성을 지적할 정도.
그러나 노래가 ‘표절’ 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두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의 중론이다. 두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네 마디 리듬형은 폴카 등 2박자 계열 서양 무곡에 흔히 나타나, 굳이 두 작품 외에도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7개 음표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 역시 우연 치고는 보기 드문 경우지만, 한음 차이로 나란히 붙어있는 ‘라-시-도-시’까지만 우연으로 본다면 나머지는 거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율 진행이라는 것.
김건모의 매니저 최승호씨는 “건모가 전자오락기 등에 나타나는 효과음에서 힌트를 얻어 선율을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모는 프랑스 근대 오페라와 건반음악을 대표하는 대 작곡가. 그의 저서 ‘화성학’은 현대까지 통용되는 기본 서양음악 화음구조를 정립한 명저로 꼽힌다. 그는 ‘탕부랭(손북)’이란 이름으로 여러 작품을 작곡했는데, ‘짱가’와 닮은 ‘탕부랭’은 19세기 명 피아니스트 고도프스키가 피아노용으로 편곡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음악은 1970∼80년대 우리나라 일부 음악교과서에 ‘우박들의 무도회’라는 이름으로 실리기도 했지만, 특별활동 합창곡용으로 실려 있어 음악수업시간에 불려진 경우는 거의 없다.
라모 ‘탕부랭’은 클래시컬 미디 아카이브 (http://www.classicalarchives.com)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음악 파일로 감상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원미가 아카디아 레이블로 발매한 ‘편곡의 기술’(The art of Transcription) 앨범에도 이 작품이 실려 있다.
가요곡이 클래식 작품과 닮아 화제가 된 경우는 1980년대 초반 민해경이 노래한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대표적. 이 노래 시작 부분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주제선율과 닮아 음악팬들의 얘깃거리가 됐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