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등 여 3당 내에서 내년 대선후보를 단일화하자는 이른바 ‘공동후보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자 민주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과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에 이어 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까지 공동후보론 공론화에 가세하면서 민주당 예비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등 청와대와의 교감 여부 때문이다.
대부분의 예비주자들은 일단 “국민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후보가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갈 길을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중권(金重權) 대표측〓김 대표의 한 측근은 “지금 대표 입장에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어떤 상황이든 대표는 자기 본분에 충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측〓이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왠지 가슴 한 구석에 께름칙한 대목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3당 공동후보론이었다”며 “하지만 결국 당선 가능성이 후보 선출의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측〓노 고문의 한 측근은 “뭐라 얘기해도 파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동후보론만 놓고 본다면 우리 처지가 그래도 이인제 최고위원보다는 조금 낫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당내 대선 주자들이 대(對)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데 전력하느라 공동후보론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썼겠느냐. 그래도 지지도가 중요하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공동후보가 나오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선정절차는 엄격히 검토해 봐야 한다.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적당한 흥정에 의해서 후보를 내서는 안될 것이다.
▽당직자들〓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최고위원과 노 고문이 최근 잇따라 내년 지방선거 전 대선 후보를 선출하자는 내용의 ‘조기 전당대회론’을 언급했기 때문에 공동후보론은 이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한 당직자는 “인물이냐, 구도냐 하는 뿌리깊은 논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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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민주당 사무총장 "여론조사→1,2,3위 경선 바람직"▼
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3당 공동후보론과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1, 2, 3위를 차지한 사람을 놓고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제한경선을 주장했다.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있나.
“이제는 기법이 좋아졌기 때문에 폭넓고 정확한 조사를 하면 믿을 수 있다.”
-후보 추대론도 나오는데….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가린 후 경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동후보는 합당을 전제로 하나.
“그렇다.”
-합당이 가능한가.
“모른다. 우리 당이나 상대 당에서 ‘공동여당이니 언젠가는 합당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합당이 안되면 어떻게 후보를 내나.
“3당이 공조하는 입장에서 협의가 돼야 한다. 3당이 각각 후보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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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우리당 득표 늘것" 희색▼
“세 당의 공동후보가 나와 봐야 산술적 합산 효과에조차 못 미칠 것이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2일 여권 3당 공동후보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고 매달리다 보면 서로 찢어지고 갈라질 수밖에 없어 상승 효과보다는 하락 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며 “오히려 3당 공동후보에 반발하는 ‘반(反) 3당 연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세 당이 후보를 한 명 내면 우리에게 더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각 당이 후보를 따로 내면 그만큼 표를 분산시켜 한나라당이 얻을 표까지 갉아 먹을텐데 후보를 묶어 두면 한나라당 득표가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계산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한 핵심 측근은 “실제로 3당 합당 후 공동후보를 내는 방향으로 가리라 예상하지만 그럴 경우 내분이 불가피해 파괴력은 신통치 않을 것”이라며 “이질적 요소가 합치면 결속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영남권 인사가 여권 3당의 공동후보로 추대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당직자들은 “한나라당을 떠나는 순간 영남 정서를 잃게 돼 가능성이 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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