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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블랙박스]배용준-이나영 때와 장소 안가리는 자기관리

입력 | 2001-08-13 18:23:00


이병헌, 김승우, 신현준, 김석훈, 정준호, 류시원…. 이들의 공통점은?하나같이 잘 생긴 미남 배우들일 뿐만 아니라 다름아닌 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남자 배우들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조성모 4집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인물이 배용준이다.

배용준은 멜로드라마 주인공 같은 분위기와 달리 은근히 액션연기를 좋아했는데 캐나다 밴쿠버에서 진행된 이번 촬영의 대본을 받아보고는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 캐나다에서 촬영했던 스카이의 ‘영원’과 같은 비장한 스토리도 아니고,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 처럼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서 찍는 큰 스케일의 대작도 아니고, 김범수의 ‘하루’ 처럼 비행기를 타며 창공을 가르는 시원한 그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전담해온 김세훈 감독이 이번에는 평범한 연인들의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배용준은 그런 감독의 의도를 십분이해한 뒤 촬영에 임했는데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그답게 매일 2-3시간씩 밖에 못 자는 강행군 속에서도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신문배달을 하는 가난한 유학생으로 등장한 그는 수더분한 헤어스타일로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아무리 짧은 촬영이라도 최소한 20여분은 공을 들여 머리를 만졌다.

수년 전에 보았던 내성적인 성격도 중간 중간의 휴식시간이나 이동 중 버스 안에서 외국인 엑스트라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거나 농담을 던지면서 스탭들을 즐겁게 해 주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있었다.

그의 상대역은 모 화장품 CF 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나영이었다. 이나영은 배용준을 짝사랑해 그의 신문배달용 자전거를 사주기 위해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역을 맡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이쁘기만 한 여느 화장품 모델들과는 확실히 다른 연기자였다. 오드리 햅번을 연상케 하는 화장품 광고나 발랄한 이미지의 이동통신 광고와는 달리 수더분한 복장으로 나타난 그녀는 촬영장에서는 자리를 차지한 흔적이 나지않을 정도로 조용한 연기자였다.

휴식이나 이동시에는 조용히 혼자 앉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원작인 레이몬드 카버의 ‘숏컷’과 인도의 여류작가 키란 데사이의 ‘구아바’를 읽는 독서광이었다. 심지어 밤새 이어지는 촬영으로 다른 스탭들이 쓰러지다시피 잠들 때도 이어폰을 꽂고 조용히 책갈피를 펼쳐드는 놀라운 체력을 과시했다. 수많은 촬영현장을 다녔지만 촬영현장에서 그처럼 독서삼매경에 빠져드는 연예인은 난생 처음 봤다.

배용준과 이나영은 수년 전,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오누이로 나왔었는데 실제로도 오누이처럼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이 참 좋았다.

자신만의 스타일 창조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배용준이나, 화려함 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나영이나, 수면위에서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놀림을 하는 백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찬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