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한 해에 서너차례 꼭 찾아오는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64). 큼지막한 코와 선한 눈매의 그만큼 국내 영화팬들에게 낯익은 배우도 드물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불행’은 “도대체 로맨틱한 역할과는 인연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흑인 연기자 가운데 멜로를 뺀 거의 모든 장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살려온 배우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악역을 맡은 ‘하드 레인’도 있었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대부분 따뜻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18일 개봉되는 ‘스파이더 게임’은 95년 ‘세븐’, 97년 ‘키스 더 걸’ 등에 이어 범죄에 맞서 두뇌게임을 벌이는 프리먼 특유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 ‘키스…’와 마찬가지로 크로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제임스 패터슨의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원작이다.
프리먼이 맡은 크로스 박사는 미국 워싱턴 경찰국에 소속된 경찰이자 범죄 심리학자. 그는 강간범을 추적하다 ‘미끼’ 역할을 맡은 동료 여형사가 사고로 죽자 깊은 실의에 빠진다. 2년 뒤 어느날 상원의원 딸 매건을 사설 학교에서 납치한 유괴범 손지(마이클 윈콧)가 칩거중이던 크로스에게 전화를 걸어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크로스는 손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설 학교의 여성 경호 담당자 플래니건(모니카 포터)을 파트너로 수사에 나선다.
영화는 단어를 차례차례 끼워 맞추는 크로스워드 퍼즐처럼 범인과 크로스 일행의 두뇌 게임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크로스와 플래니건의 동료애와 두사람을 둘러싼 반전(反轉)이 가미된다.
이 게임의 실마리는 범인의 유괴 목적이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지는 1920년대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의 아들을 납치해 유명해진 범인처럼 최고의 납치극을 연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한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스크린에서는 범인과 추적자, 스크린 밖에서는 감독과 관객의 논리적인 게임이 벌어지기 마련. 단서가 너무 많으면 지루해지고, 단서의 연결 고리가 끊기면 황당한 비약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지나치게 많이 나열된 단서로 맥이 빠진다. 후반부 반전도 ‘반전을 위한 반전’처럼 보여 자연스럽지 않다.
위안이 되는 것은 이 작품의 제작자이기도 한 프리먼은 늘 그렇듯 평균 점수 이상의 노련한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감독은 ‘머홀랜드 폴스’ ‘전사의 후예’의 리 타마호리. 원제는 ‘Along Came a Spider’.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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