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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탈"

입력 | 2001-08-14 18:40:00


“전 사람들을 만나면 처음엔 친하게 잘 지냅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절 멀리하고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전 상대방이 조금만 잘해 주면 그냥 그 사람한테 모든 걸 다 털어놓아요. 그게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는 건가요?”

“전 친한 사람들에게 외롭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돼버리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저한테 싫증을 느끼는 걸까요?”

임상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또 잘해 주고 싶어한다(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 히스테리, 경계선 인격장애자는 예외지만).

내게 도움을 청해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능한 한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한데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상대방의 문제가 내가 충고해 주거나 도와 주기에는 지나치게 미묘할 때이다.

그러면 도와 주지 못하는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그 죄책감은 부담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이상할 정도로 빠르고 예민하게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외롭다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꾸 외롭다, 힘들다 하면 그만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가 싫어서가 아니라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남 사이에 적절한 거리, 일종의 여백을 두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내 모든 걸 열어 보여도 괜찮은 사람이 분명 있다. 반면 언제까지나 사회적 가면을 쓴 모습만 보여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둘의 차이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으니 대인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강박적인 사람들은 그 중 한 가지 모습만으로 모든 대인관계를 하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 사회적 가면을 쓴 모습만 보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려다 상처를 입기도 하는 것이다.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안된다”가 아쉬운 대로 해답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거리 감각은 하루 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좌절하고 상처입고 하면서 조금씩 성숙해 가는 것, 그것이 대인관계의 진정한 해법이 아닐까?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