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이 사업시기를 앞당기려고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세입자를 내쫓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해당지역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D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빈집이 많을수록 재건축 사업승인을 빨리 받을 수 있다”며 “새 세입자를 받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전체의 30% 이상이 빈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S공인중개소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전세계약을 하면서 ‘기간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조합의 경우 계약기간이 남은 세입자들에게 재건축 시공사로부터 이주비 명목으로 받은 자금을 이사비용으로 지급하면서 집을 비워줄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집 비우기 경쟁으로 서울 청담 도곡지구의 경우 빈집이 무려 1000가구에 이르고 강남 재건축지역 전체로는 수천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최소 1∼2년 이상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밀려난 세입자들이 가까운 지역에 머물기를 고집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자 주변 일대의 전세금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는 것.
부동산 프랜차이즈업체 ‘유니에셋’에 따르면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35평형의 전세금 시세는 석달 만에 3000만원 오른 2억7000만∼3억원에 형성됐고 대치동 청실1차는 연초보다 최고 4000만원이 오른 1억8000만원에 거래될 정도다.
서울시는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14일 뒤늦게 “조사결과 세입자 사전이주를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적발되면 재건축 시기를 맨 뒤로 늦추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계획 승인 후 이주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최근 ‘빈집이 많은 곳부터 사업이 우선 추진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빈집의 비율은 결코 사업 우선순위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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