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인조 ‘투야(to-ya)’는 1999년부터 2년동안 일본에서 혹독한 신인 수업을 받은 그룹. 콘서트 포스터도 직접 붙이고 티켓도 판매하는 등 바닥을 기었다. 현지 물가가 비싸 옷도 맘대로 입지 못했다. 고생한 덕분에 지난해에는 일본 후지TV의 오락프로에 고정 출연하고 첫 싱글을 발표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의 명동(明洞)인 왕푸징 거리 공연에서 팬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국 데뷔는 한 달 전.
일본 생활에 견주면 국내 활동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웠다. 이들은 “가수로서 노래에만 심혈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데뷔 음반의 타이틀곡 ‘봐’는 경쾌한 댄스곡. 리드 보컬 안진경(18)의 풍부한 성량이 돋보이는 노래다. 세련된 멜로디와 세 멤버 보컬의 조화, 어깨춤을 자아내는 리듬으로 기존 걸 그룹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깬다.
“한국 팬들이 우리들을 가창력보다 외모로 먼저 평가하는 게 서운해요. ‘예쁘다’는 말보다 ‘노래를 잘 한다’는 말이 더 좋아요.”
‘투야’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들은 “신인으로 TV 노출 빈도를 높여야 하지만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였으면 한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투야’가 ‘음악 그룹’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감 때문이다. 음반에 수록된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은 이들의 음악적 폭이 대단히 넓음을 보여준다.
낙차 큰 고음과 저음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가’, 디스코 풍의 댄스곡 ‘러너웨이’, 복고 스타일의 리듬앤블루스 ‘그렇게 넌’, 애절한 발라드 ‘천사의 눈물’ 등.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투야’의 노래는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불만섞인 소리도 나온다.
멤버 김지혜(21)와 류은주(21)는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여러 재능을 한꺼번에 담으려다 보니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성 팬인 이태윤씨(21·회사원)는 “음반을 되풀이해서 들을수록 ‘투야’의 매력이 한층 배가된다”고 말했다.
‘투야’는 이달말부터 ‘가’를 후속곡으로 활동하며 하반기에는 일본 이외에 대만 중국 진출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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