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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페미니스트 英작가 레싱 남성옹호 공개강연 화제

입력 | 2001-08-15 18:38:00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짐바브웨 태생의 영국 여류작가 도리스 레싱(81)이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남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15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레싱씨는 14일 영국 에든버러 콘시그니아 극장에서 있은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 강연에서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남성들에 대한 무분별하고도 무의식적인 매도가 행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레싱씨는 “가장 어리석고, 잘못 배운, 못된 여성은 가장 훌륭하고, 친절하며, 지성적인 남성을 매도할 수 있다”며 “남성들은 너무 겁에 질려 저항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들에 대한 무분별하고도 무의식적인 매도가 지금 우리의 문화 일부분이 되고 있으나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는데 놀라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레싱씨는 또 “도처에 훌륭하고, 영리하며, 막강한 힘을 가진 여성들이 많이 있지만 남성들은 어떤가”라며 “왜 남성들이 희생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그는 페미니즘운동이 고용, 임금, 법 개정 등에서 큰 성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남성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데 쏟고 있다고 비난했다.이에 대해 페미니스트이자 해설가인 헬렌 윌킨슨은 “레싱씨의 발언은 성문제와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써온 나 같은 사람이 이미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며 전적으로 오도됐다”고 반박했다. 레싱씨는 정치적으로 좌파이자 페미니스트이며 반전운동가였지만 자신만의 길을 홀로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는 여성해방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풀잎은 노래한다’와 ‘황금 공책’ ‘다섯째 아이’ ‘벤, 세상 속에서’ 등을 펴냈다. 올해 초 영국 최대의 문학상인 ‘데이비드 코언 영국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단골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