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 합창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이 일부 인사들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개막식 행사 참석 문제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대표단은 15일 개막식에 이어 16일 폐막식 행사 참석 여부를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대표단 337명은 1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개막식 행사 참석에 대한 자체 평가를 했으나 “기념탑 부근 행사 참가가 곧 연방제 지지는 아니지 않느냐”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등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동당 최규엽 자주통일위원장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 55돌 기념행사도 참관했는데 이것과 그게 뭐가 다르냐”고 주장하며 “(추진본부 지도부가) 각서를 쓴 사실을 정말 몰랐다. 만약 썼다면 각서를 쓴 게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동이 통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동당 창건 행사 때 어느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참가 지지가 70%였다”며 “지금도 일부 극우보수세력이 트집잡는 것일 뿐 국민 대다수는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여기까지 온 마당에 가지 않는다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며 “개막식 행사에 참가한들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향린교회 홍근수 목사는 “이번 행사는 북쪽이 초청한 것이고 우리는 초청 받은 입장으로 구경한 것일 뿐”이라며 “구경해보니 이들과 우리는 ‘이런 점은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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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인 김종수(金宗秀) 신부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쪽이 꼭 거기에서 행사를 하려는 이유가 바로 남쪽 대표단이 참가하기 어려운 이유”라며 “남측 대표자들이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측이 일부 참가자들을 데리고 간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연 무엇이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한총련 범민련 남측본부 등이 방북하는 데 대해 우려와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별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라는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박광수 교수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남북관계가 다 막혀버릴 수도 있다”며 “통일연대(한총련 범민련 등)쪽 사람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말다툼이 하루종일 이어지면서 대표단은 폐막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일연대측 인사들은 “본부측이 만류한다면 개별단체나 개인자격으로라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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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기념탑이란▼
평양 통일축전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들이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찾아간 북측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은 어떤 조형물일까.
이 기념탑은 북측의 조국통일 3대 헌장, 즉 △조국통일 3대 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조형물이다. 한마디로 ‘고려연방제로 통일하자’는 다짐과 맹세의 상징물이다.
개성∼평양간 고속도로의 평양 입구인 낙랑구역 통일거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99년 8월 착공돼 이달 14일 준공됐다. 고속도로 양편에서 남과 북의 여성이 한반도 지도를 높이 쳐들고 있는 모습인 탑의 직선 높이는 30m이며 가로는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는 뜻에서 61.5m로 돼 있다. 탑 제작에는 60㎏이 넘는 화강석 2560개가 소요됐다. 탑 내부에는 남북한 및 해외 동포와 단체들이 보낸 기념석재 740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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