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1월.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꼽히며 소속팀 LA 레이커스를 다섯 번이나 정상으로 이끈 매직 존슨이 스스로 에이즈 양성반응 판정을 받았다고 고백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32세였던 존슨은 프로데뷔 13시즌 째를 맞아 NBA 최고액 연봉계약을 놓고 한창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발표 당시 곧 사망할 것 같았던 존슨은 코트를 떠나지도 않았고 각종 사회활동에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제2의 인생을 활짝 여는 데 성공했다.
이런 존슨에 대해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근호에서 ‘10년 후’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존슨이 믿을 수 없는 열정으로 삶의 외연을 확장하며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10년 전 에이즈 판정 사실을 통보 받은 존슨은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역기구에 결함이 생긴 상태이지 아직 에이스 바이러스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용기를 얻은 그는 당시 임신 7주 째이던 부인과 열 살 짜리 아들, 친구, 팀 동료 등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린 뒤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듬해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 드림팀의 일원으로 참가해 우승을 주도했고 에이즈 양성반응 공개선언 뒤 줄을 이은 기업들의 후원으로 활발한 사회사업을 펼쳤다. 게다가 스포츠용품제조 영화 음반사업 등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NBA에 잠시 복귀한 뒤 완전히 은퇴한 96년 이후 스웨덴 프로리그에 진출하기도 했고 지금은 로스앤젤레스 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마디로 에이즈 판정 이후 절망 속에서 시작한 두 번째 인생을 대성공으로 이끈 셈.
이에 대한 존슨의 답은 간단하다. “모두 신의 뜻이다. 신이 나에게 말했다.‘에이즈가 세상에서 창궐할 즈음에 네가 세상을 향해 경고를 보냈다’고. 나는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것을 찾고 있다.”
현재 존슨은 꾸준한 약물치료 결과 에이즈 공포에서 사실상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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