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하는 학생 청소 1주일.’
“주변을 깨끗이 한다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이야. 그런데 그렇게 좋은 일 하는 게 벌이다? 말도 안돼.”
‘어쩔 수 없는 경우 한두 번은 봐주고 대신 10번 이상 지각하면 반 전체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쏜다.’
한 학생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마침내 반 아이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드디어 10번째 지각! 그러나 11번, 12번 지각을 해도 햄버거는 감감 무소식.
“준돌아, 선생님이 강제로 정한 것도 아니고 너희들끼리 정한 건데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 아냐?”
“돈이 없어요.”
돈 없다는 데야 어쩌겠는가.
다음 학급회의 시간.
‘지각하면 선생님한테 엉덩이 2대씩!’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까짓 2대쯤이야”하며 피식거리질 않나, 어떤 녀석은 얼굴에 ‘남자는 맞으면서 커야 해’라고 쓰여 있기까지 한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지각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가져야 할 텐데 어떻게 된 게 2대 맞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된 듯 홀가분한 얼굴에 당당한 표정까지!
다음 학급회의 시간.
‘지각 한 번에 1000원. 그 돈은 나중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겠음.’
땀 삐질거리며 뛰어오는 놈에게 ‘안녕’이란 말 대신 “1000원”하고 손 내밀자니 그게 좀 그랬다. 사제지간에 식전 댓바람부터 돈거래를 한다는 게 또 그랬다. ‘몇 월 며칠 누구누구 2000원’하며 신성한 교무수첩이 금전출납부로 변해가는 건 더더욱 그랬다.
다음 학급회의 시간.
“야, 선생님은 그냥 원리원칙대로 출석부에 기록하기만 하면 돼. 출결상황 나빠서 대학에 못 가면 그건 다 자기 책임 아냐? 너희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때리고, 돈 뺏고, 야단친다는 것, 그게 말이 되는 거냐? 이제부터 지각하면 그냥 출석부에 ‘지각’ 표시하고 아무 제재 안 하겠어. OK?”
그런데 한 달이 지나 출석부 통계를 내려고 하니 도대체가 복잡하고 지저분해서 속이 다 뒤집어진다.
돌아온 학급회의.
“너희들 정말 내 속 썩일래?”
“선생님은 학창시절 지각 안 하셨어요?”
“했지. 그때 선생님이 지각한 얘기 해줄까?”
“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딴 날보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거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 온 동네가 물에 잠겨서 버스들이 올 스톱한 거야. 한참만에 버스가 오긴 왔는데 사람들이 떼로 달라붙어서 이건 뭐 난리도 아냐. 못 탔지 뭐. 그래서 지각했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재미있는 게 그 날 우리 담임선생님도 지각한 거 있지? 히히. 그래서 난 지각하고도 개근상 탔다아, 이거 아냐.”
“?”
어? 이게 아닌데. 아무래도 또 학급회의를 열어야 할 것 같다. 어이구 지겨워.
전성호(41·휘문고 국어교사) ohyeah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