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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시속 300km의 카레이싱 '드리븐'

입력 | 2001-08-16 18:39:00


카레이스 용 자동차를 타고 도심을 시속 300㎞로 질주하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가 씽- 하고 일으킨 바람에 가판대 잡지가 휴지처럼 날린다. 버스 정류장의 바람막이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맨홀 뚜껑이 날아간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 늘씬한 여성의 치마속 내의 색깔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더.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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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속 스포츠]'드리븐', 스피드에 목숨건다

영화 ‘드리븐’(Driven)의 압권인 시카고 시내 질주 장면이다. ‘드리븐’은 관객을 경주용 자동차 운전석에 앉혀놓은 듯한 영화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극도로 좁아지는 시야, 눈앞 헬맷 위에 떨어진 빗방울, 아슬아슬하게 꺾이는 트랙의 코너웍 등 철저하게 레이서의 눈높이에서 질주하는 장면을 담아내 짜릿한 쾌감을 안겨 준다.

‘클리프 행어’ ‘다이하드2’ 등을 통해 ‘액션 영화의 마에스트로’로 꼽혀온 레니 할린 감독은 이번에는 카레이스 자체의 속도감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빠른 편집으로 영화에 ‘터보 엔진’까지 달아놨다. 5초 이상 지속되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카레이스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갖가지 사고 장면이 화면을 압도한다. 스턴트맨과 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어 자동차는 수없이 미끄러지고, 뒤집어지고, 폭발하고, 심지어 공중을 난다.

실베스타 스탤론이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해 결말도 예상할 수 있다.

세계적 카레이싱 대회인 CART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레이서 지미(킴 파듀). 그러나 실력과 승부에의 집념은 전년도 챔피언인 보(틸 슈바이거)에 못 미친다. 감독인 칼(버트 레이놀즈)은 지미를 위해 왕년의 챔피언 조(실베스타 스탤론)를 보조레이서로 불러들인다. 여기에 지미와 보를 오가는 소피아(에스텔라 워렌)의 사랑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주인공들의 목숨을 건 영웅적 행동이 아닌, 영화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레이서들이 보여주는 인간적 단상들이다. 목숨을 건 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작별인사를 가족들과 나누는 레이서의 모습은 찡하다.

반전 없는 심심한 스토리로 개봉당시 평론가의 찬사를 받지는 못했지만, 주 관객층인 젊은 남성과 수많은 카레이싱 팬에 힘입어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스피드와 시원한 액션에 열광하는 사람, 특히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다.

카레이스에 대해 몰라도 영화를 보는데는 지장이 없다. 영화 속 레이스 상황은 미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 중계자의 입을 빌려 설명이 되기 때문. 자동차의 굉음과 함께 영화 내내 음악이 귀가 멍할 정도로 쿵쿵 울려댄다.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면 116분간 오락실의 자동차 경주 시뮬레이션 게임과 ESPN, 그리고 음악전문 케이블 MTV를 한꺼번에 즐긴 듯한 느낌이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sjkang@donga.com

▼카레이서가 본 '드리븐'▼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드리븐’을 재미있게 봤다. 톰 크루즈가 나왔던 ‘폭풍의 질주’ 역시 카레이스를 다뤘던 영화지만, ‘드리븐’ 쪽이 더 현실에 가깝게 묘사했다.

영화 속 국제카레이싱 대회인 CART(Championship Auto Racing Team)는 실제 대회다. 스피드 위주로 경기가 진행되는 CART는 2년에 1명 꼴로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위험하다. 영화 속 경기 장면은 실제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후안 몬타냐, 맥스 파피스 등 카메오로 출연한 톱 레이서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영화에서는 긴박감을 위해 레이서의 시야가 흔들리게 묘사됐는데 실제 레이스용 차는 성능이 좋아 시속 200∼300km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 지미와 조가 레이스 중 무선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관람 중인 여자친구와 매니저까지 교신에 끼어 드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각 선수는 오직 감독하고만 교신할 수 있다.

지미가 시합 전날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이상하다. 나를 포함해 레이서들은 술, 담배를 안한다. 설령 술을 마시는 레이서가 있다해도 시합 전에는 몸의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절대 마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