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서민들의 에너지가 무대 위에서 통통 튄다.
극단 ‘신화’의 서민극 시리즈 ‘2001 맨발의 청춘’(김영수 작, 연출)은 익살과 재미를 실은 빠른 진행으로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작품은 변두리 생맥주 집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그렸다. 작품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동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낯익은 사람들이어서 중년 이상의 관객도 부담 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이 공연은 배우들의 튀는 연기가 이뤄내는 ‘왁자지껄한 앙상블’이 볼 만하다. 우선 생맥주집 여주인 윤 여사 역의 김혜옥. 대학생 딸 하나를 키우며 홀로 사는 윤 여사는 눈은 뜨고 있지만 시력을 잃은 인물이다. 차분하면서 강인한 김혜옥의 연기가 놀랄 만큼 신선하다.
여기에 노련한 연기파 배우 서희승이 생맥주 집이 있는 건물의 주인 정무식 역으로 출연한다. 서희승은 자린고비이지만 인정이 남아 있는 홀아비로 김혜옥과 팽팽한 연기 대결을 벌인다.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젊은 배우들이 포진돼 있다. 정재은이 배우를 꿈꾸는 윤 여사의 딸 혜진으로, 최준용이 혜진을 사랑하는 생맥주 집 주방장 역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엮어내는 연기의 하모니가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 가끔 대사가 너무 왁자지껄하게 들릴 때도 있지만.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등으로 이어져온 ‘신화’의 서민극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극 미학을 확립해 가는 듯하다. 그것은 편안한 재미와 대중적 메시지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 13일 이 공연을 함께 관람한 미국 뉴욕대 연극학과 앤 맥코믹 교수도 언어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명쾌하다’고 평했다.
◇2001 맨발의 청춘
#9월2일까지 화~금 오후7시반, 주말 오후 4시 7시, 서울 동숭동 인간소극장
#1만5000원
#02-923-2131
심정순(숭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