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전문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30·여). 결혼예산서 작성에서부터 혼수 장만과 신혼여행지 결정에 이르기까지 결혼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웨딩플래너다. 5년 경력의 A씨를 거쳐간 신혼 커플만 1000여쌍에 이를 정도.
A씨는 수많은 신혼 부부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결혼 풍속도 및 결혼시장 정보에 대해 꿰뚫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한 신혼부부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았다.
"계약서 한 장을 더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이미 드렸잖아요. 사본이 필요하신 건가요?"
"아니요. 실제 명세보다 금액이 좀 더 많이 쓰여진 계약서 한 장을 더 만들어 주세요."
이중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부탁에 깜짝 놀란 A씨. 신혼부부를 상대로 꼬치꼬치 '진상'을 파악한 결과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더 타내 결혼 초기의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것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A씨는 "정치인 신혼부부 할 것 없이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가봐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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