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이기태(李基泰·사진)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은 요즘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휴대전화와 교환기 등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총괄사장으로서 주력사업인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세계 정상의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6%대로 세계 5위 수준. 세계 최강의 브랜드인 핀란드 노키아를 비롯해 지멘스 모토로라 에릭슨 알카텔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아직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사장은 “이미 에릭슨과 알카텔 등은 경쟁상대가 못된다”며 “노키아와 지멘스 등을 제치고 휴대전화 시장의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확신의 바탕은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 그는 “휴대전화기의 기술과 품질면에서는 세계적인 경쟁사들을 앞질렀다”며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고 글로벌마케팅을 강화하면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경쟁력이 곧 가격’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이사장은 국내외 주요인사를 만날 때면 검은색 가죽 손가방을 ‘보물단지’처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손가방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은 차세대 휴대전화 제품들. 하나하나가 첨단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고 있어 누구나 한 번 보면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행여 디자인이나 기능이 노출될까 우려해서 아무에게나 열어보이지 않는다. 또 상대방이 누구든 한꺼번에 여러 모델을 풀어보이는 일은 없다는 것이 주변의 귀띔. 한 점 한 점 차세대 제품 모델을 보여주기 바쁘게 손가방속에 챙겨 넣는 이사장은 “당장 해외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제품 수백가지를 쌓아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근 반도체 경기의 악화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반도체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내에서 정보통신 부문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이사장이 이끄는 정보통신 총괄부문은 올 상반기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액(2조2000억원)을 앞질렀다. 수출이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증국과 유럽, 남미 등 지역에 대한 수출도 순조로와 올해 정보통신 부문 매출 목표 6조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
이사장은 2004년까지 차세대 시장인 3세대 휴대전화 장비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4세대 시장에도 대비할 계획. 비동기식 IMT-2000분야 장비 개발일정도 1년 이상 단축해 내년 10월에는 국내 사업자들에게 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 업종으로는 광통신과 인터넷 통신 분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구리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광통신의 빠른 성장에 주목, 이 분야 장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사장은 “반도체와 PC 이후의 한국 경제의 성장의 원동력은 휴대전화와 시스템 등 정보통신 장비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중”이라고 설명했다.
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기술 입국론자’임을 자처한다. 96년 정보통신 부문에 뛰어든 이후 품질·기술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애니콜 신화’를 이끌어왔다.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강력한 추진력으로 반드시 이뤄내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5월 중국 CDMA 입찰에서도 최대 요충지로 평가되는 상하이와 허베이성에서 해외 메이저사들을 제치고 장비공급권을 따내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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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 약력▲
△1948년 대전 출생
△대전 보문고, 인하대 전기공학과 졸업
△73년 삼성전자 입사
△83년 음향품질관리실 실장
△85년 비디오생산부 부장
△94년 무선부문 이사
△96년 무선사업부 사업부장 상무
△2001년 정보통신총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