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풍의 연주자 기돈 크레머의 실험 정신은 놀랍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거침없는 시도에 지난 몇 년 간 모두 5장의 탱고 관련 음반을 내놓을 만큼 피아졸라의 탱고에 푹 빠지기도 했다.
새 앨범 ‘실렌시오’(논서치)는 20세기 현대음악으로 채워졌다. 아르보 패르트의 ‘타불라 라사’로 시작해 필립 글래스의 ‘컴퍼니’,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컴 인’, 다시 패르트의 ‘다르프 이히’로 끝맺는다. ‘다르프 이히’는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레코딩한 것이다.
클래식 초보자라면 이처럼 따끈따끈한 현대음악 레퍼토리에 부담을 느끼곤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현대음악이 마치 뉴에이지풍 음악처럼 감미롭고 편안하게 들리는 것은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노련하고 여유로운 연주력에서 비롯한다.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