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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이치로 "타격왕 양보못해"

입력 | 2001-08-17 16:52:00


‘신인왕은 떼논 당상, 내친김에 리딩히터까지 노려봐?’

일본의 ‘야구영웅’ 스즈키 이치로(28·사진)가 북미프로야구 데뷔첫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목표로 다시 방망이를 곧추세웠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는 17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타수 3안타를 쳐 타율을 3할4푼4리 까지 끌어 올렸다. 선두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로베르토 알로마의 3할5푼에 불과 6리차. 전날까지 3위에 머물렀던 이치로는 이날 맹타덕에 알로마의 팀 동료 후안 곤잘레스와 공동2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두 추격에 가속도를 붙인 이치로의 타격왕 등극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팀당 40게임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아직 전체시즌의 1/4이 남아 있어 벌써 타격왕 운운하는 것은 이른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최근 이치로의 타격이 상승세인 점은 주목할만 하다.

이치로는 지난 4일 클리블랜드전부터 13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보스턴과의 3연전에선 9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타격감이 절정에 올랐다는 증거.

지금의 페이스대로 몇경기만 지나면 타율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상승세를 끝까지 유지 할 수 있느냐는 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신기의 방망이 솜씨로 미국 야구팬들을 경악(?)시켰던 이치로는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며 타율을 까먹었다.7월 중순 4경기 연속 무안타의 빈타에 시달리며 ‘이제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곧바로 기력을 회복했다. 3할 2푼대의 타율 유지에 급급했던 ‘잔인한 7월’이 지나자 ‘예전의 그’ 로 돌아온 것.

이치로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선구안이 좋아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활약하던 시절, ‘자신을 보기위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원바운드 볼에도 방망이를 휘둘렀던 이치로. 그의 이런 성향은 미국에 와서도 지속됐다. 7월달까지 108경기에서 이치로가 얻어낸 볼넷은 단 18개. 하지만 8월부터는 나쁜볼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8월에 치른 16경기에서 벌써 6개의 볼넷을 골라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선구안이 좋아지면 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치로는 이달들어 한경기만 빼고 매경기 안타를 뽑아내며 타율을 높여왔다. 이치로로선 타율을 높이기 위한 평범하지만 기막힌 해법을 찾은 셈.

그렇다면 이치로가 타격왕에 등극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먼저 체력적인 문제. 이치로는 일본과 비교할 수 없는 광활한 북미대륙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첫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경기수도 일본보다 많다.

그만큼 체력소모가 많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 그의 장점인 150㎞대의 배트 스피드와 타격 후 2.5초 내로 1루에 도달, 웬만한 내야땅볼로도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부리기 어려워 진다.

또 하나는 투수들의 무리한 견제심리. 시애틀의 피넬라 감독은 상대투수들이 이치로에게 고의적인 위협구를 던지고있다고 여러차례 불만을 토로했었다. 자칫 공에 맞아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엔 하루아침에 타격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다. 얼마전 일본에서 귀국한 이종범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치로.

그가 많은 걸림돌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최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마저 평정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