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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안동선 발언파문]여야 관계 다시 '난기류' 빠지나

입력 | 2001-08-17 18:17: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대화의 조짐을 보이던 여야관계가 민주당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비난발언으로 다시 난기류에 빠졌다.

민주당은 17일 김 대통령이 안 최고위원을 질책한 사실을 공개하고 김중권(金重權) 대표도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파문을 진화하려 애썼으나, 한나라당에선 “영수회담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지난번에도 영수회담 직전에 ‘안기부자금 리스트’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의원 꿔주기’를 하더니, 이번에 다시 야당 총재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한 것은 회담을 깨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우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면 좋겠느냐”면서 “정국을 뒤집기 위한 큰 음모가 있어 이런 짓을 하는 만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성명에서 “막상 영수회담을 하자니 부담스러워 깽판을 놓자는 의도가 아니냐”며 ‘패륜적 욕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망언’ ‘더위에 정신이 돈 사람’ ‘DJ식 이중플레이’ 등의 격한 표현으로 안 최고위원과 여권을 비난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안 최고위원을 질책한 데 대해서도 “사과를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한다”고 되쏘았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회담 성사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낸 뒤 회담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파문에 대한 여권의 후속조치까지 실무협상에 포함시켜 회담을 추진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안 최고위원 발언이 영수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조기 진화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영수회담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서울과 울산의 국정홍보대회까지 취소했는데 이런 돌출발언이 나와 미안하게 됐다”며 “대단히 잘못된 일이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이 총재에게 욕설을 한 것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으나, ‘친일파’라고 비난한 데 대해서는 “야당도 우리보고 빨갱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해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남궁진(南宮鎭)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한나라당의 안 최고위원 사퇴 요구에 대해 “본인과 당이 이미 유감을 표명한 상태에서 자꾸 공방을 하면 해결이 안 되므로 덮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16일 청주에서 열린 민주당 국정홍보대회에서 이 총재를 겨냥해 “남북의 이산가족이 만날 때 딱 한 놈만 안 울고 버티고 있었다”고 발언했다.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