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내 최대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 운영자를 기소하자 네티즌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지난해 5월 소리바다 사이트 개설 이후 국내 음반 매출 손실액이 2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사이트 운영 중단을 요구해왔고, 검찰은 7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소리바다가 회원간 MP3 파일 교환, 전송을 중개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 방조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네티즌들은 정보 공유가 생명인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며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은 과거와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사적재산 무단공유 방조한 셈▼
어린아이가 냉장고에서 무엇을 꺼내 먹으려 할 때 부모에게 먼저 묻고 꺼내 먹는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를 인터넷 세상에서 보는 듯하다. 내 물건이 아니면 적어도 손대지 말아야 하고(자료 내려받기 또는 복사), 또 그것을 내 것처럼 마음대로 처분(자료 올리기 또는 타인과 공유)해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로부터 승낙(권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때 우리는 컴퓨터를 사면 프로그램들을 공짜로 얻는 데 길들여졌다. 이런 영향으로 결국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지적재산권 분야 평가에서 ‘감시대상국’에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오르는 조치를 당했다. 공짜주의에 물든 결과와 무관치 않다.
‘소리바다’를 살리자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정보공유’이며, ‘소리바다’에 대한 처벌이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종전 비닐 음반에서 CD, MP3로 이어지고 있는 음반은 정보공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법으로 보호받는 사적 재산이 공유의 대상이 된다면 은행을 모조리 공유하여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정보공유의 대상은 권리자가 이용자에게 처분의 제한을 해제한 것들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것을 정보공유라고 한다면 더 이상 생산될 물건이 없을 것이다.
‘정보공유’와 ‘인터넷기술 발전론’을 내세운 ‘소리바다’ 운영자와는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만나 중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을 서로 인식하고 하루 속히 정상 운영(권리자 보상 또는 유료화)을 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번번이 약속을 어기고 시간을 지연시키다가 결정적일 때 협상이 결렬됐다면서 책임을 떠넘기고 뒤에선 MP3를 재생하고 또 그것을 CD로 복사하는 기기 광고까지 해가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소리바다’는 상업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들어서고 말았다.
인터넷기술 발전론을 주장하는 ‘소리바다’는 방조범으로 가장한 주범이며 네티즌을 주범의 함정으로 몰아넣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소리바다’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불법행위자가 큰소리를 치고 재산상에 막대한 손실을 본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소리바다’와 관련하여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 보이지 않는 손(소리바다를 지원하는 회사들)이 네티즌들에게 ‘공격하라! 사이트를 마비시켜라! 탄원서로 공격하라!’고 부추긴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인터넷 세상일까?
이번 검찰의 기소는 많은 관용을 베푼 것이라고 판단된다. 문화산업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가해자에 대하여 검찰이 이처럼 관용을 베푼 것은 억울하게 주범의 누명을 쓴 네티즌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스스로 속히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시간을 준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현실 세상에서처럼 룰을 지키는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창 주(한국음반산업협회 이사)
▼반대/정보나눔은 인터넷의 생명▼
음반사들은 음악은 ‘상품’이며, 디지털화된 음악 파일 역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대목이 바로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음악은 ‘상품’으로만 취급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MP3 음악파일을 포함한 디지털 저작물에 여타 저작물과 똑같은 방식으로 저작권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우선 정보의 디지털화와 인터넷의 진전은 ‘복제’의 개념을 변화시킨다. 책, 음반 등 기존의 저작물들은 그 내용에 대한 접근과 복제라는 행위가 별개의 것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복제는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즉,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와 일상적인 이용행위 자체가 ‘복제’를 요구한다. 과거의 ‘복제’ 개념을 인터넷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 그리고 저작권자에게 ‘복제의 권한’을 과거처럼 부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리바다’ 이용자들은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서로 파일을 공유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적 이용’에까지 저작권을 강요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적극적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미국 ‘냅스터’의 경우에는 음악 파일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반면, ‘소리바다’는 직접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며, 단지 이용자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P2P 기술을 이용해서 이용자들은 저작권이 있는 음악파일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설사 이용자들의 파일 교환에 불법적인 용도가 있다 하더라도, ‘소리바다’를 폐쇄해야 한다는 음반사들의 주장은 과도한 것이다. ‘소리바다’를 폐쇄하면 다른 정당한 이용마저 가로막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음반사들은 ‘소리바다’ 살리기 사이트에 쏟아지는 음반사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저작권법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고도 도서관에 직접 가서 자료를 볼 수 있는 모순처럼, 우리는 지금 문화, 예술의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은 수용자에게 전파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로막고자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저작권을 보호해 상품화를 많이 해야 음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제는 디지털시대에 적합하며,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리바다’에 대한 판결은 ‘소리바다라는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저작물 일반’에 대해 적용될 것이기에 무척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 이해관계의 대립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조건과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고려하여 신중한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검찰의 ‘소리바다’ 기소는 섣부른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 병 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