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주 3명이 이른바 ‘언론개혁’의 이름으로 줄줄이 구속되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한 이후 7개월여 만에, 국세청이 언론사 사주 대주주와 법인 대표 등 12명을 검찰에 고발한 지 40여일 만에 주요 언론사 사주 구속으로 귀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한국 언론사에 참으로 유례 없는 정권의 권력 행사로 인해 앞으로의 언론자유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언론개혁’이라면 그 숱한 사이비 언론이나 기자를 사칭하는 각종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부터여야 할 것이다. 개혁의 칼은 필요한 곳에,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고 요청하는 바를 찾아 구사되어야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언론 가운데 주어진 역사적 여건 하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비판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언론의 자세를 지키고자 노력해 온 신문사 사주들이 그 ‘개혁’의 미명 하에 구속되었다.
권력에 의한 언론 사주 구속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99년 93년 73년에도 세금과 횡령 등의 문제로 언론 사주가 구속된 예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권의 사정(司正) 칼날이라 할 검찰 국세청 공정위가 총동원되어 비판적인 주요 신문사를 겨냥해 엄청난 추징금을 때리고 구속한 전례는 없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하는 관행도 철저히 외면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역시 권력에 의한 정치적 소추(訴追)구나’ 하는 심증을 굳히게 한다.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는 당초부터 신병처리를 놓고 구걸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가 이런 왕조시대의 징벌이나 보복처럼 전개되는 상황, 불구속 수사나 무죄 추정 원칙이 고려되지 않는 현실, 민주주의와 너무도 동떨어진 자의적(恣意的) 권력행사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제 사주 구속에 대해 우리는 일단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지켜보고자 한다. 하지만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기도 전에 개인을 매도해 인민재판 식으로 몰아가려 하거나 음해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신문의 비판 기능과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지금 한국 언론은 고비를 맞고 있다.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장악될 수 없고 장악되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