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가 방문
평양 8.15 대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들이 이번에는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생가인 만경대에서 북측의 통일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글을 남김으로써 또 한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남측 추진본부측은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는 내용의 글이 방명록에 쓰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난감해 했다. 추진본부측은 일단 이를 '한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한정지었다.
추진본부 대표단장인 김종수(金宗秀)신부는 "만경대 표현과 관련해 글을 쓴 본인이 통일연대에 소속된 사람이라서 통일연대도 함께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그러나 이것은 통일연대나 추진본부에서 입장을 표명할 문제는 아니라 본인 자신이 해명할 문제"라고 말했다.
방명록에 쓰여진 글은 북측의 통일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만경대 정신 조국의 자주적 통일 전민족 대단결 등과 같은 문장은 북측이 그동안 주장해온 연방제 통일방안의 핵심 지표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
대표단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인 서동만(徐東晩)교수는 "사실 확인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이는 돌출행동이자 객기"라고 말했다.
소설가 황석영(黃晳暎)씨는 "몸은 평양, 관념은 남쪽에 있는 상태에서 생활체험 없이 어떤 이는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들뜰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회인이자 성인인만큼 행동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의 자유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문제삼는 남한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동호 전국연합 문예위원장은 "개인의 생각을 규제하려는 정부와 일부 우익단체의 생각이 문제"라며 "언론사 사주 구속과 관련한 신경전이고 무리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방명록 파문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침은 확고하다. 대표단의 일부가 축전 개·폐막식에 참석한 데 이어 방명록에 서명까지 함으로써 파문이 확대된 이상 어떤 식으로든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관련자 소환을 위한 선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대표단이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격화될 전망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열한 보혁 갈등 으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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