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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PGA챔피언십]고개 떨군 '황제' 타이거 우즈

입력 | 2001-08-19 18:49:00


축 처진 어깨와 고개를 떨군 채 잔뜩 굳어진 얼굴….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은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천하를 호령하던 ‘호랑이의 포효’가 또다시 자취를 감춘 것.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83회 PGA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단연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하지만 1라운드에서 주말골퍼에게나 나옴직한 3퍼트를 세차례나 하며 공동 100위로 처지더니 2라운드에서 간신히 컷오프를 통과하는 망신까지 당했다. 3라운드 중간합계 1언더파 공동 32위로 단독 선두 데이비드 톰스(미국)에게 13타나 뒤져 있어 우승은 물 건너간 듯하다. 대회 역사를 훑어봐도 1978년 존 매하피가 7타차 역전우승을 한 적은 있으나 그 이상 타수를 뒤집은 전례는 없어 우즈의 3년 연속 우승의 꿈은 사실상 깨진 셈.

우즈는 6월 US오픈에서 공동 12위에 그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고 2연패를 노렸던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도 공동 25위에 머문 데 이어 메이저 대회에서 잇단 부진에 빠졌다. 우즈가 4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자칫 최근 5개 대회에서 모두 ‘톱10’ 진입에 실패하며 최악의 여름으로 남을 우려마저 있다.

당초 이번 대회코스는 워낙 길어 우즈 같은 장타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우즈의 장타는 정교함이 떨어져 번번이 러프나 해저드에 빠지기 일쑤였다. 쇼트게임은 물론 장기인 퍼팅도 흔들려 스코어를 제대로 줄일 수 없었다.

올 시즌 우즈는 라운드당 평균퍼팅수가 28.96개였으나 1라운드에서는 무려 33개로 치솟았다. 3차례 메이저대회를 치르면서 더블보기는 단 1개에 그쳤지만 1라운드에서 2개의 더블보기를 하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파3홀에서 이븐파, 파4홀에서 2오버파, 파5홀에서 3언더파를 각각 기록했다. 평소 파5홀을 ‘효자홀’로 삼았던 우즈로서는 이번 대회의 경우 롱홀이 18개홀 가운데 특이하게 2개밖에 안돼 그만큼 불리하게 작용했다. 첫날 경기를 끝낸 뒤 “스윙이 무너져 뭐 하나 제대로 칠 수 없었다”던 우즈는 3라운드를 마치고 나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어 보인다.

메이저대회 3연승을 거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1승을 올렸을 뿐 6월부터 8월 사이에 열린 나머지 3개 대회에서는 우승권에 근접조차 하지 못하며 맥을 못췄다. 우즈의 슬럼프는 △스폰서십 계약, 사업 등 골프외적인 활동에 따른 훈련 소홀 △옛 여자친구 조안나와의 애정 문제 △아킬레스건 부상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