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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사랑방]예측할 수 없는 재미, 골프는 ‘천의 얼굴’

입력 | 2001-08-20 11:00:00


‘세리 팍(Pak)에게 파킹(Parking) 당했다’. 영국 언론이 얼마나 약이 올랐으면 이런 표현으로 제목을 달았을까. 아마도 영국 선수들이 박세리에게 밀려난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달래본 것 같다. 지난 98년 미국 LPGA투어에 데뷔한 첫해, 박세리가 US오픈에서 92홀의 혈투 끝에 추아시리폰을 제치고 우승했을 때 IMF 시련 속에 있던 한국 국민은 열광했다. 이번에 골프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박세리는 US오픈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짜릿한 역전승을 재연했다.

골프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재미가 있다. 제주도 나인브릿지 골프코스 18번홀(파5). 세컨드 샷 지점에 나무 숲이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쉽게 3온이 가능하다. 호수가 그린을 감싸고 있다. 아일랜드 홀인 셈. 세 사람은 드라이버를 잘 날리고 세컨드 샷도 멋지게 한 뒤 3번째 샷을 남겨놓았다. 한 사람은 남은 거리가 6야드. 그런데 3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갔고 벙커 샷은 토핑이 나 그린을 훌쩍 넘어 물에 빠졌다. 화가 난 골퍼는 결국 양파(10타)로 마감한다.

골프의 재미는 다음 샷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일 18번홀. 박세리의 티 샷은 오른쪽 러프. 그린 앞쪽에 거목이 버티고 있어 세컨드 샷이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잔디를 떠난 볼은 거목을 넘어 핀에 붙었다. 박세리는 버디로 마무리해 챔피언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