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구데타가 발생한 당시 옐친 러 대통령(러시아 국기에서 왼쪽으로 네번째)
19일은 소련 붕괴를 가져온 보수파의 쿠데타가 일어난지 10주년이 되는 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쿠데타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당시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은 19일 미국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에 의한 도청설'을 쿠데타의 원인으로 제기했다.
그는 1991년 7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비밀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KGB 위원장과 드미트리 야조프 소련 국방장관 등 보수파 인사들의 해임을 의논했는데 이것이 KGB에 의해서 도청됐다"고 주장했다.
크류츠코프 위원장 등이 실각위기를 알고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데타 주동자 중 한 사람이었던 겐나디 야나예프 당시 소련 부통령은 18일 러시아 언론과의 회견에서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도 쿠데타 발생 몇 달 전에 이미 비상사태 선포에 동의했다"고 증언했다. 쿠데타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묵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보수파는 91년 8월 19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연금시킨 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했다. 하지만 맨몸으로 전차를 막아선 시민의 힘과 옐친 전 대통령 등의 저항으로 쿠데타는 사흘만에 실패로 끝났다.
이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힘을 잃었고 소련 내 각 공화국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그해 12월 결국 소련은 붕괴됐다.
19일 모스크바 내각청사 앞에서는 시민의 힘으로 쿠데타를 저지하고 민주화를 이룬 것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그러나 쿠데타 지지자들은 따로 푸슈킨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실패한 쿠데타와 소련 붕괴를 아쉬워했다.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