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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T교육 겉돈다…업계 "고급인력 부족" 호소

입력 | 2001-08-20 18:16:00


“정부가 지원하는 웹마스터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을 받지 않은 친구들보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실력이 떨어져 부끄러웠다.”(대학졸업자 P씨)

“웹마스터는 이제 더 필요 없다. IT산업은 성숙했는데 정부가 왜 자꾸 초급인력 양성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A인터넷기업 간부)

정부가 지원하는 정보기술(IT)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취업시장에서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업계가 필요로 하는 첨단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초보적인 입문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IT인력 양성 및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은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 공급이 불균형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가 지원하는 IT 교육과정 대부분이 초·중급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

20일 한국정보산업연합회(회장 윤종용·尹鍾龍)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하는 IT교육은 3개월 미만인 단기과정이 42%, 3∼6개월 중기과정이 32.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기초과정에 집중된 것. 취업에 도전할 만큼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6개월 이상의 장기과정은 25.1%에 불과하다.

이는 노동부의 실업자 재취업과정 및 재직자과정, 산업자원부의 전자상거래 및 경영혁신과정, 정보통신부의 IT전문교육과정 등 3515개 과정을 합한 것이다.

교육내용도 IT업계가 볼 때는 ‘초보적 수준’. 올해 정부지원 교육대상자 13만693명 중 36%인 4만9652명은 인터넷활용 중심의 교육을 받는다.

교육내용은 웬만한 중고생들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송민택(宋旻擇)인사팀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일부 과정은 이미 인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97년 모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K씨는 ‘리눅스 웹마스터 과정’을 4개월 동안 다닌 다음 20여개 기업체에 면접을 보았으나 모두 떨어졌다. 지원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노동부 인력자원개발 관계자는 “작년 실직자 재취업 과정 졸업생의 취업률은 36.9%, 취업유망분야 IT과정은 48.5%”라고 밝혔다. 또 정통부 관계자는 “노동부와는 달리 정통부는 초급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반 전문교육과정의 취업률은 50% 안팎, 국제공인 자격과정은 70∼8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IT 취업지망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취업률은 정부통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IT학원의 강사는 “취업률이 가장 높다는 국제공인자격증도 한두 개를 제외하면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