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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구획선 밖이면 내집앞도 '불법주차'

입력 | 2001-08-20 18:31:00

20일 낮12시 서초1동 H아파트 주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20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서초1동 H아파트 주변.

아파트 담장을 따라 설치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에 수십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었지만 ‘거주자 우선 주차권’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차량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가까운 주차공간에는 아예 다른 차량의 주차를 막기 위해 스테인리스 말뚝이 ‘험상궂게’ 박혀 있는 곳도 있었다.

주민 김모씨(55·여)는 “돈을 내고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내에 주차공간을 확보했지만 방문차량 때문에 주차를 못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다른 차량이 주차돼 있어 신고를 해도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확인조차 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야심을 갖고’ 밀어붙이고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겉돌고 있다. 서울시는 일선 구청을 독려해 11월부터 25개 전 구청에서 전면 실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건 조성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

▽실태〓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33)는 요즘 퇴근 후 집 앞에서 이웃 주민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집 앞에 충분한 주차공간이 있는데도 주차구획선이 없어 주차할 경우 자연스레 ‘불법 주차’가 되고, 이마저도 이웃 주민들이 차지해 ‘주차전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

김씨는 “구청에서 그어놓은 선 안에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주차공간이 되레 줄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송파구 삼전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31)는 “내 구역에 다른 차량이 주차했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상대방이 못으로 차체를 긁어놓거나 부수는 등 보복을 하는 경우도 있어 신고하기조차 겁난다”고 말했다.

주차공간 부족은 서울 전역에 걸쳐 나타난다.

지난달부터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전면 실시한 성동구는 한달 동안 시행한 결과 주차공간 부족분이 6940대에 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은평구 관계자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야간에 한해서 간선도로변에 주차를 할 수 있도록 경찰과 협의하고 있으나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방침과 전망〓서울시는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거주자 우선 주차제의 큰 골격은 유지한 채 시민들에 대한 홍보와 무단주차 단속을 강화하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

서울시는 이를 위해 △구획선 내 무단 주차차량에 대해 경고 후 곧바로 견인 △주택가 공동주차장 건설 확대 △주차구획선 이용요금의 납부방법 개선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朴用薰) 대표는 “서울시의 계획대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더라도 서울 차량 대수의 70%밖에 수용할 수 없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특히 우선주차권을 확보하지 못한 주민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전일제로 운영되는 곳은 낮시간에 빈 공간으로 놔둬야 하는 등 공간활용에도 비효율적이고 야간에는 관리상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거주자 우선 주차제의 전면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