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28·LA다저스)는 말문을 닫았다. 그가 인터뷰를 거절한 것은 99년 이후 2년 만이다.
그만큼 2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은 실망스러웠다. 이 경기 전까지 박찬호는 홈구장에서 8승2패 평균자책 1.59, 낮게임에서 3승1패 평균자책 1.8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었다.
홈구장에다 낮 경기라 어느 때보다 승리 가능성이 높았지만 박찬호는 또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선발 5이닝 7안타(1홈런) 4실점(3자책). 8월 들어 4경기에서 단 1승도 보태지 못하고 올해 들어 처음으로 3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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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다저스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의 피칭에 대해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짐 트레이시 감독은 “(경기에 나서는) 태도가 맘에 안 들었다. 투지가 전혀 없었다”고 불만스러워했고 포수 채드 크루터는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잘 하던 투수가 부진하면 말들이 많은 법. 박찬호를 도마에 올려놓고 최근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주 초엔 ‘배터리 논쟁’이 있었다. 15일 다저스 전속 라디오방송인 XTRA 1150AM의 토크쇼에선 투수 박찬호-포수 크루터 배터리를 놓고 설전이 펼쳐졌다. 요지는 ‘박찬호가 팀 내 최고타자인 폴 로두카 대신 전담포수 크루터를 고집함으로써 공격력 약화를 초래해 그가 등판하는 날이면 다저스 방망이가 안 터진다’는 것.
팬들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트레이시 감독은 ‘고육책’으로 20일 경기에선 1루수에 주전 캐로스 대신 로두카를 기용하며 ‘절충안’을 썼으나 이 역시 실패로 끝났다.
또 한가지 논란거리는 그의 허리상태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박찬호는 강속구를 앞세운 ‘파워피처’가 아니라 변화구 투수로 전락했다. 직구 평균스피드는 140㎞대로 줄었고 각도 큰 커브로 근근이 버티는 양상. 20일 경기에선 130㎞대의 직구까지 던졌다.
이같이 스피드가 떨어진 것은 온전치 않은 허리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는 투구모션을 갖고 있는 박찬호는 올 시즌 초반부터 계속 허리통증에 시달려 왔다. 그는 전반기가 끝난 뒤 “어떤 때는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올 시즌 뒤 박찬호는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 가뜩이나 아픈 허리를 무리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증을 참고 이를 악물고 던지는 것인지는 본인만이 안다.
하지만 투수 첫 2000만달러 연봉을 노리는 박찬호에 대한 불만이 안팎으로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최근의 슬럼프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