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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전자상거래 사회간접자본부터 갖춰야

입력 | 2001-08-20 19:05:00


e비즈니스 원년으로 볼 수 있는 9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의 몇몇 업체들은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는 전자상거래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상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고객들을 실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손실을 봤다.

물류는 상거래의 피할 수 없는 기본 기능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 무기다. 새로운 시장과 고객 접근을 가능케 하는 성공 요인인 것이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주문자 생산 공급 방식은 다른 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근접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부족, 위치를 알기 어려운 주소 체계, 물류 전문 회사의 영세성과 비효율성 등으로 선진국보다 많은 물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장기적인 e비즈니스의 성패 요인으로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UPS와 FedEx 등 물류업체가 단순한 운송기능을 뛰어넘은 종합 물류관리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주는 데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우선 방대한 자본력과 전문지식, 역사를 지닌 기업들이 닷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유연한 지식 집약형 기업으로 급속히 변신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전문 기업들의 서비스를 과감하게 아웃소싱함으로써 변화가 훨씬 효율적이고 덜 고통스럽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물류기업들의 변화는 다른 기업들이 선진 물류관리 시스템을 더욱 쉽게 도입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타사와의 협력 관계에 아직도 소극적인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전문적인 기업으로의 자기 변혁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제 닷컴과 굴뚝산업의 경계가 없는 e비즈니스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효율적인 사회간접자본과 시스템 없이 전자상거래든 굴뚝 산업이든 잘 될 수 없다.

따라서 경제 전반의 비효율 요인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전자상거래 진흥책이 될 수 있다. 또한 벤처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영세 벤처 기업이 할 수 없는 인프라성 사업을 우선 선택해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btle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