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하나. TV광고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술은 대부분 진짜가 아니다. 소주는 맹물, 양주는 보리차와 우롱차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맥주광고에 등장하는 맥주는 뭔가 다르다. 기포가 올라오는 것은 물론 입맛을 다지게 하는 거품까지 꼭 닮았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맥주만큼은 ‘진짜’를 갖다놓고 광고를 찍고 있다. 색깔과 기포, 거품까지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 진짜 이외에는 어렵기 때문. 상당수의 관계자들은 “진짜 맥주 이외엔 소품으로 써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완벽한 영상을 위해선 약간의 노하우가 가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짜 맥주에 ‘플러스 알파’가 붙어야 더 진짜처럼 보이기 때문. 이런 노하우는 제작 프로덕션 사이에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A프로덕션은 색깔을 예쁘게 내기 위해 PC용 프린터의 노란 잉크를 섞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 색이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다른 프로덕션에선 진짜 ‘주인공’을 놔두고 색깔이 잘 나오는 외국제 B맥주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가짜맥주’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짜맥주는 진짜에서 알콜만 제거한 것. 음주가 금지된 중동지역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색깔은 물론 맛도 진짜와 비슷하며 국내에서도 일부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이를 이용함으로써 촬영중 주연배우가 과음으로 쓰러지는 일은 사라졌다. 맥주는 주류 중에서 TV 광고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행복한 술’로 꼽힌다.
소주같은 술은 TV광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주류광고는 청소년 보호 등의 이유로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는 것. 알콜도수가 14%를 넘으면 TV광고를 아예 할 수 없고 그 이하도 밤 10시 이후에 방영토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정 때문에 엉뚱한 광고가 ‘불똥’을 뒤집어쓴 경우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얼마 전에 방영한 ‘또하나의 가족’ 광고는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려 포장마차에 들른 가장의 모습을 다뤘다. 영상 휴대전화를 통해 “아빠 빨리오세요”라고 외치는 자녀들 때문에 다시 힘을 얻는다는 내용
그런데 다분히 가족적이고 교훈적인 이 광고는 소품으로 등장한 소주병 하나 때문에 일부를 다시 찍었다. 앞서 말한대로 소주의 알콜도수가 14%가 넘어 TV광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소주병은 끝내 꽁치로 변신해야 했다. 소주병은 그러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쇄광고에선 그대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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