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공원을 보면 최강의 공룡은 물론 티라노사우루스이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공룡은 그게 아니다. 바로 벨로시랩터들이다. 한 마리 한 마리의 공격력도 물론 뛰어나지만, 날렵하고 영리한 그들이 하나로 뭉쳐 집단 공격을 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거의 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지금 북미프로농구 Toronto Raptors가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Vince Carter의 계약 확장, Antonio Davis의 재계약, Hakeem Olajuwon의 영입, Jerome Williams의 재계약, Alvin Williams의 재계약.
이번 오프시즌동안 Raptors는 마치 그림 퍼즐의 조각을 맞추듯이 팀을 구성해 나갔고, 결국 Hakeem Olajuwon의 조각으로 그림은 이제 완성 일보 직전까지 오게 되었다.
'Maple Leaf Sports & Entertainment Limit'(이후 MLSE)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런 선수 구성을 가능케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aptors의 구단주들은 NHL팀인 Maple Leaf의 구단주들로서, 모조직에 속한다. (여기서 잠깐! Raptors라는 프랜차이즈는 창단 당시 캐나다 온타리로주의 돈많은 투자가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98년 2월 MLSE는 Raptors Basketball Club과 함께 Air Canada Centre를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원래 Raptors의 구단주 그룹은 MLSE의 소액구단주였다. 그러니 인수라기 보다는 흡수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잊지 말자! Canada는 하키의 땅이다. Maple Leafs의 티켓은 Raptors의 그것에 비해 두 배나 비싸지만, Maple Leafs의 성적이 좋든 나쁜든 간에 Air Canada Centre의 하키게임들은 언제나 관중으로 꽉 채워진다. Air Canada Centre에서 바로 5분 걸으면 하키 명예의 전당이 있다. 필자가 Toronto에 머물 당시인 ‘99-00시즌만 하더라도 Vince Carter가 올스타에서 덩크를 하기 전까지 경기당 관중은 언제나 Maple Leafs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구단주 조직이 어디에 투자를 할 것인가는 뻔하다.
그래서, Raptors는 언제나 리그 중하위권의 팀연봉을 가진 팀 중 하나로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조직의 제약을 받는 Raptors의 General Manager인 Glen Grunwald는 Damon Stoudamire(물론 팀의 의지가 있었지만), Tracy McGrady에게 잘 가라는 손을 흔들 수 밖에 없었고, 같은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Vince Carter는 계약이 끝나는 ’01-02시즌 자신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로 떠날 것이라 했었다.
그러나, 이제 조직의 입장은 확실히 변했다. 이번 오프시즌 중 계약한 상황을 보면, 마치 MLSE는 Raptors에게 백지수표를 준 듯 보인다. 팀의 핵심선수와의 재계약, Olajuwon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오프시즌 중 계약한 금액은 무려 2.5억 달러로서, 이제 Raptors 팀의 운영 자금은 몇 배로 껑충 뛰게 되었다. 이는 지난 시즌 전 MLSE가 Raptors의 운영자금을 1,000만 달러(이것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 정도 늘려준 것에 비하면 더없이 파격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즌에 거둔 좋은 성적에다, 특히 NHL에서 캐나다 팀들이 4강 합류에 모두 실패하자, 캐나다 전체에서 Raptors의 플레이오프에 쏠린 비상한 관심은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음을 입증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프로팀 사상 최초로 Raptors TV라는 위성TV 체계를 구축했으며, 티켓 가격을 지난 시즌에 이어 또 다시 올리는 등, 뿌린 씨 이상의 수확을 거둘 준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당연히 Vince Carter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연 리그내 몇 명의 선수가 캐나다의 농구경기장을 매진사례로 이끌 수 있겠는가? 과연 리그내 몇 명의 선수가 어웨이 경기에서 자신을 보러 온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고, 덩크할 때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거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Carter가 거기에서 우뚝 서있다. 그리고 이번 달 1일, 그는 6년간 9400만 달러의 계약을 하게 됨으로써 최소한 2007-2008년까지 Raptors로 남아 있게 되었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도 Carter는 Raptors 잔류에 대해 신통한 발언을 하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큰 문제인 데다가, 캐나다에 연고를 둔 Raptors라는 팀의 가능성에 대해 자신도 확신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와 오프시즌을 통해 Carter는 계약 확장이 최선의 선택임을 확신했고, 지체할 필요없이 현 규정상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으로 Raptors와 계약확장을 했다. 오프시즌 동안 그는 팀 조직에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핵심 팀 동료들인 Antonio Davis, Alvin Williams, Jerome Williams 모두와 재계약하기를 요청한 바 있으며, Raptors의 GM인 Grunwald이 아니라도 누구든 그들과의 재계약이 Carter의 계약 확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팀으로서는 약간 무리한 듯 보이지만 그들 3명과의 재계약을 성사했고, 바로 Carter는 흥겹게 Raptors와의 계약 확장에 사인을 했다.
Toronto 팬들은 바로 그의 계약 확장에 반응을 보였다. 19,800명이 수용되는 Raptors의 홈구장 ACC에서 펼쳐진 Carter 최초의 자선경기에서 매진사례를 이룬 것이다. Carter는 그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그 경기에서 55득점을 해냈고, 경기장에 모인 팬들이 팀의 진정한 6번째 선수라며 깊은 감사를 보여주었다. 팬들 역시 Carter가 코트를 나갈 때, ‘Let's go! Raptors!'를 환호했다. 이제 Toronto는 그가 30세가 될 때까지 뛰어야 할 곳이자,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야 할 곳이다.
Hakeem Olajuwon의 계약은 한 마디로 ‘금상첨화’이다. 오프시즌동안 Olajuwon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Houston은 그가 프로입단 이래 줄곧 17년간 봉사했으며 두 차례나 우승시킨 팀이다. 비록 자신의 주가를 시험해 본다고 유명 에이전트 Dan Fegan를 기용하기도 했고, Rockets가 팀의 중심을 Steve Francis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Rockets가 No.1 카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Rockets는 Chris Webber가 당시로서는 영입대상 No.1이었고, 노장인 Olajuwon을 뒤로 한 채 젊은 선수들과의 재계약이 우선순위였다. Olajuwon은 이미 Indiana Pacers, New York Knicks 등 여러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던 7월 중순 Vince Carter는 Olajuwon에게 Raptors를 제안했고, 이 단 한번의 전화통화가 Olajuwon의 마음을 굳혔다. Carter는 지난 7일 있었던 Olajuwon의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 예정에 없이 나타나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NBA역사상 가장 위대한 50명중 한 명으로 뽑힌 Olajuwon의 Raptors행. 그는 Raptors의 가능성을 확신했기에 Rockets의 프로인생을 접고, 어웨이로서 별로 뛰어보지도 않았던 Toronto로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Raptors는 그의 영입으로 Antonio Davis를 본래의 포지션인 파워포워드로 돌리게 되어 동부내 최강 골밑진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 지역방어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새로운 룰변화 하에서 높이와 파워를 맞춘 그 둘의 수비는 배가 될 것이다. 여기에 Jerome Williams, Keon Clark, Brian Skinner를 백업으로 둠으로써, 깊이까지 갖추게 되었다. Olajuwon 자신이 Raptors에서는 팀에이스 Vince Carter의 보조 역할임을 잘 알고 있기에, Carter는 좀더 편하게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38세라는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이미 Toronto에서 뛰던 Kevin Willis는 몸관리만 잘 한다면 40세가 넘게도 팀의 주요 선수로 뛸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선수 개개인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체력관리 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해 이런 프로선수들의 노령화는 이미 여러 스포츠에서 당연지사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시즌 Olajuwon은 고질적인 심장이상과 부상 등으로 58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24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을 해내며 여전히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한 바 있다.
이미 두 차례 Raptors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Antonio Davis, Alvin Williams, Jerome Williams 이들 세 명과의 재계약 중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있기에, 이번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남은 과제는 쓸모 없어진 일부 과연봉 선수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다. 현재 Raptors와 계약을 맺고 있는 선수는 15명이며, Tracy Murray, Eric Montross, Mamadou N'Diaye가 팀 전력상 필요가 없는 선수들이다. N'Diaye는 적은 연봉을 받기에 큰 문제가 안 되지만, Murray, Montross의 경우에는 그 액수가 상당하다. 오프시즌동안의 과감한 투자가 숨통이 좁아진 팀으로서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그들을 효용성 있을 선수들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현 능력을 볼 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Raptors는 Olajuwon의 영입시 Houston Rocket에게 Murray+알파를 제안했지만, Rockets에서 Murray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선수들이 오히려 프랜차이즈선수들보다 ‘언터처블(조정 불가능)’이다. 팀전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Raptors로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Chicago Bulls로 트레이드된 Charles Oakley의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이냐 라는 것도 들 수 있다. 비록 Oakley는 Carter의 플레이에 대해 비판을 하기는 했고 거친 수비는 전성기 때만 못하지만, 팀수비의 핵심이었고 Carter의 최고의 보디가드였다. 지난 시즌의 Raptors 성공에 Oakley를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Hakeem Olajuwon은 높이를 갖춘 수비수라지만, Oakley의 거친 몸싸움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국 Oakley의 역할을 이제 본연의 포지션인 파워포워드로 돌아온 Antonio Davis가 해내야 할 것이다. 그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허슬플레이어이다. 지난 두 시즌간 센터로서 뛰면서 배운 것이 많고, 센터 자리에서 올스타에 뽑혔듯이 잘 해낼 것이라 기대된다.
NBA에서 그림의 마지막 퍼즐은 언제나 ‘챔피언링’이다.
이번 시즌?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Toronto는 하키의 도시라고?
90년대 초반 Toronto Blue Jays가 두 시즌 연속 메이저리그 우승을 했듯이, 농구팀 Raptors라고 미국 연고를 둔 프로스포츠에서 우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시즌 어느 누구도 Raptors가 플레이오프에서 N.Y. Knicks를 꺾고 동부 우승팀 Philadelphia Sixers에게 단 한 골 차이로 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제 Raptors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팀이 되었다. Raptors가 활보하는 새로운 쥬라기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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