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가 한풀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3 아이들은 방학동안 찜통더위와 씨름하며 수능에 대비하랴, 다가오는 9월 수시모집 준비하랴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인천고 졸업반인 둘째아이 상필이도 파김치가 됐다. 더운 여름 특별 보충수업을 받으면서도 잘 버틴다 싶었는데 지난 일요일엔 숫제 일어나질 못했다. 목이 부어오르고 몸에 불덩이처럼 열이 나 땀으로 잠자리가 흥건했다.
깜짝 놀라 큰 병원을 찾았더니 수험생의 손을 끌고 온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모두들 걱정스러워하는 표정들이다. 다행히 상필이는 가벼운 감기였다. 의사선생님은 “체력이 바닥난 데다 다가오는 시험에 대한 중압감, 환절기가 겹쳐 고3 환자들이 특히 많다”며 “하루 이틀 푹 쉬게 한 다음 물과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3 수험생활의 성패는 결국 체력싸움. 막판 피치를 올려야 할 수험생의 건강 챙기기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올해는 진학담당 교사들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유난히 자주 바뀐 입시제도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고3스쿨(www.go3school.com), 전문의료정보(www.medcity.com), 우리한의원(www.wooree.com) 등 인터넷 의학상담 사이트를 뒤져보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웹서핑을 통해 나름대로 정리한 수험생 건강관리 비법을 소개하면….
우선 영양관리. 긴장이 심해지면 입맛을 잃기 쉽지만 이런 때일수록 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한다. 점심 도시락에도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반찬 가짓수를 늘린다.
수험생에게 좋은 음식으로는 시금치 미나리 파슬리 레몬 토마토 당근 연근 도라지 쑥갓 아욱 등의 야채류와 미역 다시마 김 등 해조류, 뇌 기능에 좋은 콩 등푸른생선 호두 잣 밤 등이 꼽힌다.
수험생들은 최소한 하루 5시간 이상 자야 한다. 그래야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다. 잠을 줄여야 할 때는 하루 20∼30분씩 단계적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긴장을 풀어주고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가벼운 운동은 필수. 1시간∼1시간반 간격으로 가볍게 10분씩이라도 스트레칭 체조로 경직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여유가 아닐까. 따뜻한 대화로 자신감을 심어주고 필요하다면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차분히 지켜봐 준다면 아이가 얼마나 행복해할까.
인천고 3학년 이덕범 부장교사는 “자녀들의 생활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가정에서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아이의 정신건강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솔직히 상필이를 병원에 데려갈 때도 ‘이 아까운 시간에 공부를 못해서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앞섰던 게 사실이었지만 당사자인 아이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최정숙(47·인천 부평구 산곡3동) haeban@chollian.net